절치부심과 동기부여의 결과는 ‘생존왕’이 되는 것일까. NC 다이노스 구단 최다승에 빛나는 토종 에이스 이재학(33)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하다.
이재학은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6구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삼성전(6이닝 2볼넷 4탈삼진 노히터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그러나 실책과 빈타 등 야수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팀의 0-5 패배를 막지 못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이재학은 이닝을 비교적 슬기롭게 잘 풀어갔다. 그러나 2회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 이진영을 유격수 송구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역시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4회까지 피안타가 없었다. 지난 등판에 이어 10이닝 연속 노히터 행진. 그러나 5회 한 순간을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오선진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도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에 당하면서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날 경기 첫 피안타이자 올 시즌 첫 피안타였다.
이후 이진영의 희생번트 때 야수진이 혼돈에 빠졌다. 1루수 도태훈이 3루에 던져 세이프가 됐고 이후 3루 커버를 들어갔던 유격수 김주원이 다시 한 번 1루에 송구 실책을 범했다. 결국 첫 실점을 기록했다. 무사 2,3루 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문현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5회에 허무하게 3실점을 내줬다. 추가 실점은 없었고 6회에도 노시환 최재훈 장진혁을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완성했다.
이날 이재학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찍었고 평균 구속도 140km까지 나왔다. 지난 삼성전 역시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찍혔다.
이날 패스트볼 45개에 체인지업 40개에 커터까지 16개를 구사했지만 사실상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투피치 투수인 이재학이다. 그렇게 커리어를 쌓아왔고 통산 76승으로 구단 최다승 자리에 올랐다.
이재학에게 140km가 넘는 구속은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 모두 그 조건을 충족했다. 그리고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모두 야수들이 도와주지 못했다. 삼성전에서는 타선이 침묵했고 불펜진이 도와주지 못했다. 이날 한화전은 타선 침묵과 동시에 야수진이 빈타와 실책으로 이재학을 울렸다.
올해 스프링캠프도 참가하지 못하고 2군 캠프를 치렀고 시즌도 2군에서 시작해야 했던 이재학이다. 송명기 신민혁 이용준 신영우 정구범 등 영건 투수들의 성장으로 선발 로테이션 경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착실하게 2군에서 몸을 만든 이재학은 다시금 1군에 올라왔고 2경기 연속 호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왕년의 에이스는 이제 ‘생존왕’이 됐다. 향후 5선발 경쟁에서도 이재학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등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