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이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진 날. 백업 내야수 루그네드 오도어(29)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살렸다. 9회 2사에 터진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샌디에이고의 난세 영웅이 됐다.
오도어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9회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2연패 중이던 샌디에이고는 김하성마저 2회 첫 타석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 안쪽을 맞고 쓰러져 교체됐다. 지난 20일 중심타자 매니 마차도가 왼손 미세 골절상으로 이탈한 뒤 3루 자리에서 공백을 잘 메우던 김하성마저 큰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을 맞았고, 샌디에이고의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8회까지 5-6으로 뒤져 3연패 위기에 내몰린 샌디에이고는 9회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후안 소토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잰더 보가츠와 맷 카펜터가 연속 삼진을 당해 패색이 짙었지만 오도어가 구세주로 나섰다. 워싱턴 마무리투수 헌터 하비의 2구째 몸쪽 98.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홈런으로 시즌 3호포. 짜릿한 역전 결승 스리런포로 샌디에이고 덕아웃을 들썩이게 했다. 김하성도 X-레이 검사 결과 무릎에 단순 타박상으로 드러나 샌디에이고로선 여러모로 다행스런 날이었다.
지난 3월 시범경기 기간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우투좌타 내야수 오도어는 주 포지션이 2루수로 김하성의 백업 자원이다.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데뷔 후 지난해까지 9년간 통산 홈런 174개로 장타력을 발휘했지만 2019년부터 공수에서 하락세가 이어지며 2021년 뉴욕 양키스, 2022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옮겨다녔다.
지난해 시즌 후 팀을 찾지 못한 오도어는 결국 마이너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왔다. 하지만 개막 로스터에 들어 백업으로 27경기 타율 2할2푼1리(68타수 15안타) 3홈런 14타점 OPS .729를 기록 중이다. 2루수뿐만 아니라 우익수까지 내외야 멀티 백업으로 출장했는데 마차도가 부상을 당한 뒤 김하성이 3루수로 나서면서 오도어도 최근 7경기 중 5경기를 선발 2루수로 투입됐다. 출장 기회가 늘어나면서 타격감도 살아났다. 이 기간 타율 4할9리(22타수 9안타) 2홈런 11타점 OPS 1.298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MLB.com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로 가득한 팀에서 올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데려온 오도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클러치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조명했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득점권 타율(.184)이 유일하게 2할도 안 되는 팀으로 찬스에 약한데 오도어는 득점권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1홈런 10타점으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도어는 “팀이 살아나기 위한 한 경기가 필요했다. 누군가 시작을 해야 했는데 그게 바로 나다.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이날 홈런이 침체된 샌디에이고의 반격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 역시 “오도어가 타석에 들어서면 느낌이 좋다. 그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