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표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 롯데에 미루면 안되는 숙제가 생겼다.
롯데는 올해 내부적으로 특정 구단과 ’천적 관계’를 형성하면 안된다는 내부 공감대를 형성했다. 천적 관계가 없어야만 가을야구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롯데는 64승76패4무(승률 .457)을 기록했다. 특정 팀을 상대로 열세를 면하지 못한 팀은 2팀이다. KIA를 상대로 4승12패, SSG를 상대로도 5승10패1무로 약했다.
절대 강자였던 SSG와 상대전적도 아쉽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KIA전에서 힘을 못 쓴 것을 더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5강의 직접적인 경쟁대상이었던 KIA전을 대등하게만 이끌었다면 5강 경쟁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 5위 KIA와 승차는 4.5경기에 불과했다.
천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했고 올해의 롯데는 아직 특별한 천적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SSG전 1승3패로 아쉽지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SSG와 삼성(1승2패)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대전적에서 우위다. 시리즈 스윕패도 없다.
이렇게 롯데는 천적관게를 지우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천적 관계를 지우고 나니까 롯데는 표적이 됐다. 바로 좌완 선발 투수의 표적이 됐다. 올해 롯데는 상대가 좌완 선발 투수를 내세운 경기에서 1승8패로 절대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 좌완 선발 상대 일지(일자/경기 결과/선발 성적)
1. 4월4일 인천 SSG전 / 1-3 패(7회 강우콜드) / 오원석 7이닝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2. 4월8일 사직 KT전 / 3-7 패 / 벤자민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
3. 4월19일 사직 KIA전 / 0-6 패 / 이의리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4. 4월21일 창원 NC전 / 3-2 승(연장 10회) / 구창모 6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5. 5월3일 광주 KIA전 / 2-10 패 / 윤영철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6. 5월17일 대전 한화전 / 1-2 패(연장 10회) / 산체스 5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7. 5월20일 사직 SSG전 / 0-5 패 / 김광현 6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8. 5월21일 사직 SSG전 / 3-6 패 / 맥카티 5⅔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
9. 5월24일 사직 NC전 / 1-3 패 / 최성영 5이닝 5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
에이스급 투수는 물론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를 가리지 않고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좌완 선발 상대로 타율 1할8푼7리(182타수 34안타) 1홈런 9타점 16볼넷 49삼진 OPS .498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좌완 선발을 상대로는 최하위의 타격 성적이다.
유강남이 4할1푼2리(17타수 7안타) 1홈런 OPS 1.118로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고 윤동희가 타율 4할(10타수 4안타)을 기록하는 등 우타자들이 그나마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민석(16타수 4안타 타율 .250) 안권수(19타수 4안타 타율 .211) 렉스(14타수 2안타 타율 .143) 노진혁(15타수 무안타) 고승민(4타수 무안타) 등 주력 좌타자들이 좌완 선발을 상대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롯데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와 숙제를 맞이했다. 지난해 롯데는 좌완 선발 상대로 타율 2할4푼9리(812타수 202안타) 19홈런 79타점 69볼넷 190삼진 OPS .683의 성적을 남겼다. 리그 중위권 정도의 좌완선발 상대 성적을 기록했다. 과거의 데이터는 리셋되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선수단 구성이 좌타자에 약간 치중됐다는 이유로 현재와 같은 부진이 답답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튼 감독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타격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타격 어프로치, 타격 플랜 등에서 수정이 필요하고 정말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작년에는 좌완 투수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분명히 있다. 또 팀에 부상 선수들도 있고 현재 타격 사이클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큰 걱정은 안하지만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시즌 끝까지 이어지고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롯데의 가을야구 행보도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상위권 구단들은 좌완 선발들이 로테이션의 중심이다. 특히 SSG는 김광현을 필두로 맥카티, 오원석에 새 외국인 투수 엘리아스까지, 선발진 5명 중 4명이 좌완 투수다. 3연전 모두 좌완 선발을 상대할 수도 있다. LG는 김윤식, NC는 구창모, KIA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이 포진해 있다. 현재와 같은 저조한 성적이라면 상대의 표적 선발 등판을 피할 수 없다.
숙제는 미루면 안된다. 조금씩이라도 해결을 해놔야 완성할 수 있다. 현재도 숙제가 밀려 있다. 과연 롯데는 밀린 숙제를 해결하면서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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