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0회에 나온 정수빈(두산)의 짜릿한 동점 스퀴즈번트는 작전이 아니었다. 정수빈 스스로 판단해 내린 결단이었다.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5번째 맞대결.
두산은 2-3으로 뒤진 연장 10회말 선두로 나선 대타 양의지의 2루타로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대주자 박계범 투입과 함께 김재호가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1사 3루서 등장한 정수빈이 초구에 기습적인 스퀴즈번트로 3루주자 박계범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타구를 잡은 포수 강민호가 미처 1루에 송구하지 못하며 정수빈은 1루에서 살았다.
경기 후 스퀴즈번트의 전말이 공개됐다. 이는 벤치의 지시가 아니었다. 정수빈은 “내가 판단해서 번트를 댔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주자 3루 상황이 됐고, 2-3 열세였기 때문에 무조건 1점을 내고 균형을 맞춰야 뒤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앞선 타석까지 결과가 좋지 않아서 가장 확실하게 1점을 낼 방법으로 번트를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 판단에 의한 기습적인 번트였기에 자칫 3루주자의 스타트가 늦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박계범이 빠른 스타트와 함께 홈을 무사히 밟으며 정수빈의 번트는 위기의 팀을 구한 타격이 됐다. 정수빈은 “(박)계범이가 빠른 주자여서 시도했는데 내가 번트를 댈 거라고 생각해서 스타트를 잘한 것 같다. 내 생각대로 이뤄진 것 같아 뿌듯하고 짜릿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3루주자는 정말 정수빈의 번트를 예상했을까. 박계범은 “스퀴즈 사인은 아니었지만 정수성 코치님께서 번트를 댈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하셨다. 마음을 먹고 있었고 번트를 대자마자 뛰었다. 세이프가 돼서 다행이었다”라고 밝혔다.
연장 10회 다시 스코어의 균형을 맞춘 두산은 11회 2사 만루에서 베테랑 김재호의 끝내기안타를 앞세워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와 함께 다시 단독 4위(22승 1무 20패)로 올라섰다. 정수빈은 “오늘 경기가 반등의 모멘텀이 됐으면 좋겠다. 연장까지 가는 긴 승부에도 1루 관중석을 채워주신 팬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