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음 주면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시작되는 6월에 접어드는 KBO리그. 그런데 두산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27)의 복귀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캐치볼 도중 팔꿈치 부상이 재발하면서 6월 복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25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딜런의 부상 재발 소식을 전했다. 이 감독은 “딜런 선수가 어제(24일) 캐치볼을 하다가 조금 (팔꿈치) 느낌이 이상해서 이번 주까지 다시 휴식이 결정됐다. 일단 이번 주까지는 캐치볼이 없다”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총액 65만 달러(약 8억 원)에 두산 새 외국인투수가 된 딜런은 올해 2월 말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피칭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으며 골타박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두 달 동안 휴식 및 재활에 전념했고, 개막 후 한 달이 돼서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딜런은 4일 잠실 한화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당한 뒤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4실점(3자책) 노 디시전에 그쳤다.
딜런의 건강은 오래가지 못했다. 머리 부상을 털어냈더니 팔꿈치에 탈이 났다. 11일 사직 롯데전을 마치고 우측 팔꿈치 내측 굴곡근 염좌 진단을 받으며 15일부터 다시 재활에 돌입한 딜런. 이후 일주일 동안 상태를 호전시킨 뒤 23일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첫 캐치볼을 무사히 마쳤지만 바로 이튿날 캐치볼에서 부상 부위 통증이 재발하며 다시 글러브를 내려놨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외인투수의 부상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는 창단 첫 9위 빌미로 작용했다. 정규시즌 MVP에 힘입어 총액 190만 달러(약 25억 원)에 재계약한 아리엘 미란다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개막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며 두 달 넘게 1군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회복을 거쳐 6월 말 복귀했지만 ⅔이닝 4실점 참사를 겪고 짐을 쌌다.
공교롭게도 올해 또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딜런이 골타박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8.00을 남기고 팔꿈치에 탈이 났다. 이후 회복을 거쳐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재발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당장 6월 복귀도 장담할 수가 없다.
두산은 현재 최승용, 김동주, 장원준 등으로 딜런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곧 있으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여름이다.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선 외국인투수 2명의 동반 활약이 필수적이며,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로테이션은 여름 순위 하락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딜런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빠른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일단 사령탑은 딜런을 계속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딜런의 부상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지금 시점에서 대체 외국인투수를 구하는 것도 힘든데 구했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교체 가능성을 배제한 것도 아니다.
이 감독은 “가벼운 염증이라고 하니까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구단과도 꾸준히 (외국인 스카우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라며 “일단 그래도 딜런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게 첫 번째 옵션이다. 두 번째 옵션은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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