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 문동주(20·한화)가 ‘극과 극’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동주는 지난 25일 대전 KIA전에 선발등판했으나 4이닝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4회까지 투구수 87개로 1이닝 정도 더 던질 만했지만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3경기째 제구 난조가 반복됐다.
1회 시작부터 KIA 1번 류지혁을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보크로 한 베이스를 공짜로 내준 문동주는 계속된 2사 2루에서 최형우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2회 1사 1루에서 신범수와 김규성을 153~154km 직구로 연속 삼진 잡으며 안정을 찾는가 싶었지만 3회 추가 실점했다.
투아웃을 잘 잡은 뒤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안타를 맞았고, 최형우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4연속 볼로 주자를 쌓았다. 이어 폭투로 이어진 2,3루에서 고종욱과 8구 승부 끝에 우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고종욱은 풀카운트에서 문동주의 6~7구 155km 직구를 연이어 파울로 커트하더니 8구째 156km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 장타를 만들어냈다.
4회에도 선두 이우성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로 무사 2루 위기가 이어졌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지만 제구가 들쑥날쑥했고, 강속구도 KIA 타자들의 배트에 맞아나갔다.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159km, 평균 154km 직구(50개) 중심으로 커브(25개), 체인지업(8개), 슬라이더(4개)를 던졌지만 4이닝 동안 볼넷 3개, 폭투 2개로 불안불안했다.
문동주의 부진은 3경기째 이어지고 있어 예사롭게 볼 일은 아니다. 지난 13일 문학 SSG전(2⅓이닝 7피안타 3볼넷 2사구 7실점), 19일 잠실 LG전(4이닝 4피안타 4탈삼진 3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7일 대전 KT전(5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은 승리했지만 5월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22로 부진이 뚜렷하다.
4월 4경기에서 1승2패에 그치긴 했지만 평균자책점 2.38로 위력을 떨치던 문동주의 모습이 아니다. 특유의 강속구는 그대로인데 제구 불안이 눈에 띈다. 9이닝당 볼넷이 4월 2.78개에서 5월 7.63개로 급증했다. 파이어볼러들에게 볼넷은 세금과 같지만 그동안 문동주의 제구가 이 정도로 흔들린 적이 없었다.
심리적인 원인이 첫 번째로 꼽힌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동주 같은 경우 급해지면 투구시 다리가 올라가기 전에 상체가 먼저 나가는 모습이 있다. 그러면 공이 높게 가거나 땅에 찍힌다”고 지적했다. 이날 KIA전에서도 같은 모습이 이어졌다. 최근 연이은 난조를 극복하려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휴식이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문동주는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을 마치고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은 없지만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며 11일 휴식을 가졌다. 복귀 이후 감각 문제인지 공이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 번 밸런스가 흔들린 뒤 제구를 잡는 데 애를 먹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이 경질되자마자 3경기 내리 부진이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 문동주를 담당하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까지 같이 팀을 떠났다는 점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어느 투수든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안 좋은 시기가 있다. 아직 20살인 어린 투수에게 시행착오, 성장통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지만 주변 도움도 필요하다. 이날 문동주의 공을 받은 포수 박상언은 “동주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올라올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동주가 살아야 우리 팀이 산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