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현재의 선수층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속담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롯데 득점권의 해결사 잭 렉스의 무릎 부상 이탈 공백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렉스는 지난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4월 말부터 무릎 통증을 안고 있었지만 나름 관리를 하면서 뛰고 있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오른쪽 무릎 슬개건(힘줄) 미세 파열 진단을 받고 전열을 이탈했다.
렉스는 4월 21경기 타율 2할9푼5리(78타수 23안타) 2홈런 17타점 OPS .827의 성적을 남겼다. 득점권 타율 3할6푼7리(30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여전히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5월에는 타율 1할8푼9리(37타수 7안타) 3타점 OPS .511로 부진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가 제대로 미쳤다. 득점권에서는 평소 타율보다 높은 2할3푼1리를 기록했지만 4월에 비해 성적은 대폭 떨어졌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들 그래도 렉스라는 타자의 상징성,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실투 하나면 언제든지 적시타 혹은 장타로 연결시킬 수 있는 타자가 버티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상대 마운드에는 부담이었다.
롯데는 그동안 득점권 타율, 그리고 경기 중후반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으로 버텨왔다. 타선 전체적인 지표가 썩 좋지 않음에도 롯데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 득점권 타율 .291로 2위, 중요상황 OPS .812로 전체 3위다. 여전히 롯데의 집중력은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렉스가 빠지기 전과 후 상황은 달라진다. 렉스가 이탈한 17일 이후 롯데 타선의 득점권 타율은 2할8리에 불과하다. 타선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들 수도 있지만 렉스가 없는 타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4일 사직 NC전에서 롯데는 득점권 상황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잔루만 10개를 남기면서 1-3으로 패했다.
올해 잘 버티던 롯데 입장에서는 렉스의 공백도 잘 대처하는 듯 했다. 윤동희의 활약으로 외야진에 활약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타자의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렉스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아픈 무릎을 다스리고 있다. 당장 안권수도 팔꿈치 통증을 다스리면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 황성빈이 재활 경기를 치르면서 복귀가 임박했지만 외야 전체적인 활력이 떨어져 있다. 당장 5월을 버텨가던 롯데에 해결사의 부재 속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