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요즘 야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롯데는 24일 현재 23승 15패 승률 0.605로 공동 1위 SSG와 LG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선두와 2경기 차에 불과하다. 지난 23일 사직 롯데-NC전 관중수는 1만5047명. 올 시즌 화요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롯데의 질주는 KBO 흥행의 견인차 역할까지 하고 있다. KBO리그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181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207만1740명). 10구단 체제 기준, 10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이는 역대 5번째로 빠른 시점이었다. 200만 관중 돌파까지는 90경기가 추가로 더 걸렸는데 이 역시 2017년(71경기), 2016년(77경기), 2018년(83경기), 2015년(86경기)에 이어 5번째로 빠르다.
지난 20일 사직 롯데전 만원 관중 앞에서 6이닝 무실점(1피안타 9탈삼진) 완벽투로 시즌 3승째를 따낸 SSG 에이스 김광현도 롯데 인기를 제대로 실감했다.
"로이스터 감독님 계시던 시절에 롯데가 인기가 많아서 관중이 많았는데, 그때 기분이 났다. 저 개인적으로는 롯데전 좋은 기억도 많고 즐거웠다. 사실 야구의 침체기라고 한다. WBC 성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했다. 즐거웠고 경기를 정말 즐겼던 것 같다". 김광현의 말이다.
또 "우리 SSG팬들도 열정적이지만 선수들끼리도 롯데가 팬이 많고 열정적이니 '롯데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장난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정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계속 야구가 인기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오시는만큼 선수들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롯데의 고공 행진을 바라보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은 마냥 웃지만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은 건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일이지만 그만큼 지인들의 티켓, 유니폼, 사인볼 등 부탁이 급증했기 때문. '사돈의 팔촌까지 부탁을 한다'는 게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야구단에 근무하면 티켓, 유니폼, 사인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 같다.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가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인심 잃기 딱 좋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량이 급증해 바빠 죽겠는데 지인들의 부탁 전화까지 감당이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도.
선수들도 마찬가지. 일부 선수들은 경기 준비를 해야 할 시간임에도 지인들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한다. 일부 관계자들은 모바일 메신저에 티켓, 유니폼, 사인볼 부탁을 정중히 거절한다는 내용의 알림말을 설정해놓았다. 오죽하면 이렇게 했을까 싶을 정도다.
롯데의 고공 행진이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인들의 끊임없는 부탁은 자이언츠의 구성원들에게 행복한 비명을 넘어 고통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