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키움 경기에만 스카우트들이 몰린다’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과거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등 히어로즈 출신 선수들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올 시즌이 끝난 뒤 빅리그에 도전하는 이정후를 비롯해 김혜성과 안우진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타 구단들이 키움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왜 키움에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리는지 생각해봤는가. 키움만의 선수단 육성 및 운영 시스템 효과라고 본다. 구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시스템만큼은 타 구단에서도 벤치 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정후를 예로 들어보자. 프로에 갓 입단했을 때 속된 말로 말라깽이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신인 시절에 비해 체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야구 실력도 해마다 성장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우뚝 섰다.
김혜성도 마찬가지. 프로에 데뷔할 때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리그 최고의 내야수로 꼽힌다. 이만큼 성장한 건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다.
키움 선수단 분위기와 훈련 스타일만 놓고 왜 잘하는지 이야기한다면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전 선수들 스스로 경기 준비를 한다. 경기할 때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야구계에서 ‘훈련량’이 화두다. 강도 높은 훈련만이 살 길이라고 하던데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키움을 보라. 해마다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됐으나 우승에 도전할 만한 성적을 냈다. 좋은 선수를 배출하는 이유도 키움만의 선수단 시스템 효과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과거 훈련량 많기로 소문난 모 구단의 분위기라면 이정후와 김혜성은 지금처럼 몸을 키울 수 없었을 거다. 야구는 노동이 아니다. 훈련량을 많이 가져간다고 능사는 아니다. 양보다 질이다. 훈련 시간보다 집중도가 더 중요하다.
프로 선수로 뛰면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타 구단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키움만의 선수단 시스템이었다. 선진 야구의 좋은 부분을 국내 실정에 맞춰 잘 활용한다. 성적이 안 좋은 구단들은 왜 키움이 ML 사관학교라 불리는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