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로 포수 머리를 가격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피해자’ 포수 윌 스미스(28·LA 다저스)의 불만 표시에 ‘가해자’ 마르셀 오수나(33·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발끈했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수나는 “스미스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게 무안을 줬다. 그는 내게 스윙을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왜 고쳐야 하나? 나의 메카닉을 바꾸라는 건가?”라고 맞받아쳤다.
사건은 지난 23일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다저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회 좌익수 뜬공을 친 오수나의 배트가 스미스의 헬멧을 때렸다. 오수나의 백스윙이 너무 컸고, 스미스의 머리를 친 것이다.
배트에 맞자마자 스미스가 마스크를 벗고 오수나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1루로 뛰어가던 오수나가 뒤돌아서며 두 선수가 대치했다. 양 팀 선수들도 그라운드로 뛰어나올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질 뻔 했으나 충돌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경기 후 스미스는 “오수나가 배트로 내 머리를 세게 때렸다. 나한테 이런 것은 한 번이 아니다. 리그 다른 포수들도 때린 적이 있다. 뭔가 말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맞는 순간에 약간 열이 받았는데 오수나가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포수 머리를 때렸으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4월1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애틀랜타와의 홈경기에서도 1회 3루 땅볼을 친 오수나의 백스윙에 배트를 맞은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만에 같은 선수에게 또 맞았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스미스는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마친 후 뇌진탕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13경기를 결장하기도 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 기간 파울팁 타구를 몇 번 맞은 뒤 뇌진탕과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복귀 후 후유증 없이 잘 뛰고 있는데 또 머리를 맞으면서 발끈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스미스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수나의 배트에 스미스만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애틀랜타로 이적하며 오수나의 팀 동료가 된 션 머피도 전 소속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절 그의 배트에 한 대 맞았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레전드 야디어 몰리나, 윌슨 콘트레라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 오스틴 반스(다저스) 등이 오수나의 배트에 머리를 가격당한 피해자 포수들이다. 반스는 “오수나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배트에 머리를 맞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오수나는 문제의 스윙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상대 투수들은 내게 몸쪽을 던지고, 포수들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프레이밍할 것이다. 그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난 계속 그렇게 스윙할 것이다”며 오히려 스미스에게 자신이 나오면 배터 박스에 붙지 말고 뒤로 물러설 것을 요구했다.
오수나는 “리얼무토나 반스 같은 포수들은 나의 백스윙이 얼마나 긴지 알고 있다.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뒤로 물러선다”고 말했다. 결국 스미스가 졌다. 24일 경기부터 오수나 타석이 되면 뒤로 가서 배트를 피했다.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지만 여러 차례 포수들의 머리를 때리고도 반성하지 않는 오수나를 보면 동업자 정신도 없어 보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