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152억 원 투자 효과인가. 과거 베어스 왕조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양의지가 돌아오자 단 번에 아홉수가 해결됐다.
양의지는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3차전에 3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2020년 10월 7일 SK(현 SSG)전 이후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선배 장원준의 통산 130번째 승리를 도왔다. 장원준은 5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나 또한 초반 긴장을 조금 했다. 과거 (장)원준이 형 패턴이 생각이 안 나서 막 하다가 정신없이 맞았는데 그 뒤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비중을 늘렸고, 결과가 좋았다. 아마 그런 실수가 없었더라면 더 좋은 투구를 했을 것 같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라고 선배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또 다른 승리 요인으로는 직구 구속과 투심 활용을 꼽았다. 양의지는 “전광판을 보니까 140km 이상이 찍히더라. 형은 140km만 찍히면 치기 어려운 공이다. 그걸 알고 여러 구종을 섞은 게 효과를 많이 봤다”라며 “투심 또한 좋았다. 간간이 던지는 포심에도 타자들 타이밍이 많이 늦었다. 체인지업은 범타 유도에 탁월했다”라고 밝혔다. 장원준은 2군에서 권명철 투수코치의 제안으로 투심을 연마했다.
이어 “솔직히 마음을 비우고 했다. 이게 몇 년 째인데 지금…”이라며 “마음을 비우니까 잘 된 것 같다. 중간에 조금 흔들리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이 안에서 공이 괜찮냐고 물어봐주셨고 5회까지 믿고 안 내려주시니 원준이 형도 편하게 던졌을 것 같다. 금방 바뀌었으면 또 다음 경기에서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원준은 과거 두산 왕조의 서막을 연 장본인이다. 2015시즌에 앞서 4년 총액 84억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양의지와 함께 첫해 12승, 이듬해 15승을 합작하며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2017년에도 14승을 올리며 롯데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장원준은 두산 4년차부터 원인 모를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다. 2018년 24경기 3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를 시작으로 2019년 6경기, 2020년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좌완 에이스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2020년 2경기 평균자책점 12.71의 충격 속 은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2019년 양의지가 NC로 떠난 뒤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양의지가 4+2년 152억 원에 친정에 복귀하며 5년 만에 드디어 왕조의 배터리가 뭉쳤다. 양의지는 “오랜만에 투샷으로 사진 찍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더라. (장)원준이 형과 같이 오래했으면 좋겠다”라며 “(130승 기념으로) 내가 맛있는 밥을 사드리려고 한다. 형을 보면 안쓰럽다. 많이 늙었다. 물론 나도 늙었는데 형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형이 돈을 많이 받고 와서 밥을 많이 사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김)재호 형, 원준이 형을 열심히 모셔야 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양의지는 장원준의 간절한 1승을 위해 미신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선배의 승리를 바랐다. 양의지는 “경기 전에 막걸리를 샀다. 원준이 형이 그걸 라커에 올리더라. 그래서 다행히도 잘 풀렸다”라며 “막걸리는 개봉한 상태다. 뚜껑을 풀어놔야지 약간 (좋은 기운이) 새어나간다. 다들 잘 풀리라고 내 주위에 막걸리도 뿌려놨다”라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이날 타석에서도 3안타에 자동고의4구까지 기록하며 선배의 승리를 도왔다. 그는 “요즘 들어 타격감이 많이 좋아졌다. 중요한 상황에 많이 걸리는 타순(3번)으로 가다보니까 매 타석 집중하게 되고, 결과도 좋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