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황대인이 퇴장을 당했다. 퇴장을 당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과도한 항의도 아니었는데도 칼같은 퇴장 명령이 떨어졌다.
상황은 4회초 황대인의 두 번째 타석에서 일어났다.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의 4구가 몸쪽 깊은 곳으로 박혔다. 황대인은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영재 주심은 삼진콜을 냈다.
황대인은 황당한 얼굴 표정으로 주심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섰다. 2회 첫 번째 타석도 같은 코스의 삼진이었다. 그런데 방망이를 타석에 둔 채였다. 볼판정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그런데 주심은 황대인의 뒤를 향해 퇴장 사인을 냈다. 아마도 방망이를 가져가라는 말을 했던 모양인데 황대인이 그대로 더그아웃을 향하자 철퇴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심의 볼판정은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실제로 주심이 잘 못 본 경우도 있고, 선수가 착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분명한 것은 판정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억울한 선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를 한다.
방망이를 내동댕이 치거나 부수는 선수도 있고, 심판이 안보게 뒤돌아서며 욕을 하는 선수도 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 물건에 분풀이를 하는 선수도 있다. 주심에게 "이게 볼이예요?"라고 묻기도 한다. 주심을 향한 직접적이고 격한 항의는 곧바로 퇴장으로 이어진다.
황대인의 방망이 방치도 분명히 항의의 표시였다. 연속으로 루킹삼진콜을 당한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눈을 찌뿌릴만큼 과한 것은 아니었다. 간접적이고 소심한 항의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주심은 퇴장이라는 가장 무거운 벌로 다스렸다.
심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확한 판정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기를 진행시키는 운영의 묘도 있다. 물론 스트라이크 판정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애매한 판정에서 야기되는 불협화음과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운영의 묘도 심판의 능력에 포함된다.
이영재 심판위원은 경력 29년째나 된다. 작년까지 2451경기 심판 경력을 갖추었다. 그 정도의 커리어의 베테랑이라면 충분히 운영의 묘를 부릴 수 있다. 심판의 권위는 칼같은 퇴장 퇴장 명령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