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타선 터졌지만…밤 10시 넘어 특타, 퇴근하지 않은 한화 "뭐라도 해봐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24 08: 50

한화에 야간 특타가 부활했다. 경기는 이겼지만 일부 선수들이 퇴근하지 않고 경기장에 남아 특타를 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KIA전을 9-5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었다. 모처럼 타선이 시원하게 터진 날이었다. 1회 시작부터 안타 4개, 볼넷 3개에 상대 실책을 묶어 타자 일순으로 대거 6득점하며 기선 제압했고, 4회 1점과 5회 2점을 더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경기가 끝나마자마 구장 스태프들이 타격 훈련을 위해 배팅 케이지를 설치했다.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정현, 외야수 이원석, 권광민 등 몇몇 젊은 선수들이 유니폼 차림 그대로 방망이를 챙겨 그라운드에 나왔다. 

한화 일부 선수들이 23일 대전 KIA전을 마친 뒤 야간 특타를 하고 있다.

수훈 선수에 선정된 외국인 투수 리카드도 산체스가 관중석 단상에서 팬들과 만남을 가질 때 그라운드에선 선수들의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정현석, 김남형 타격코치도 나와 선수들의 야간 특타를 도왔다. 최원호 감독도 모습을 드러내 훈련을 살폈다. 경기가 밤 9시40분에 끝났지만 10시가 넘은 뒤에도 야구장 조명이 꺼지지 않았다. 특타는 밤 10시30분쯤 종료됐다. 
이날 9득점으로 모처럼 타선이 폭발한 한화이지만 지난주에는 6경기에서 총 9득점 빈타에 허덕였다. 올 시즌 전체로 봐도 팀 타율(.224), OPS(.620) 모두 리그 10위로 압도적인 최하위.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극도의 부진을 보인 가운데 국내 타자들까지 집단 침체에 빠졌다. 
중심타자 채은성, 노시환을 제외하면 상대를 위협할 만한 타자가 없다. 이달 중순까지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던 노시환마저 최근 40타석 연속 무안타로 갑작스런 침묵에 빠져 타선 침체가 더 깊어졌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주시하고 있다. 2023.05.17 / dreamer@osen.co.kr
최원호 감독은 23일 경기 전 “투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 타선이 조금만 쳐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격 사이클의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중심 타자들이 부담을 갖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며 “타격 파트에서 선수들의 타격감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되면 무섭게 맞아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1회 시작부터 6득점 빅이닝으로 꽉 막혔던 타선의 혈이 시원하게 뚫렸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터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타자 구성상 시즌 내내 터질 수 없는 전력이고, 외면하기 힘든 냉정한 현실이다. 일부 타순 조정도 고육책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 타자 교체 외에는 전력 상승 요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훈련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날 경기 전부터 평소보다 훈련 시간을 앞당겨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야간 특타도 지난주부터 코칭스태프 사이에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롯데와의 주중 첫 2경기 연속 연장전을 갔고, 곧바로 잠실 원정을 떠나면서 야간 특타를 미뤘다가 이날 경기 후 시작했다. 지난 2015~2017년 지옥 훈련으로 유명했던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이후 모처럼 야간 특타가 부활했다. 
23일 대전 KIA전을 마친 뒤 한화 선수들의 야간 특타를 위해 스태프들이 배팅 케이지를 설치하고 있다.
2020년 최원호 감독대행 시절에도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야간 특타를 자청해서 한 바 있다. 전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도 몇몇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경기 후 실내연습장에서 나머지 특타를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라운드에서 코칭스태프가 함께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타선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절박함을 갖고 밤을 잊은 스윙을 이어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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