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를 내려놓고 무언의 항의를 하던 황대인(27·KIA)이 생애 첫 퇴장을 당했다.
황대인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 4회 두 번째 타석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한화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의 4구째 몸쪽 직구가 깊게 들어왔고, 볼이라고 생각한 황대인은 스트라이크 콜에 아쉬움의 탄성과 함께 배트를 땅에 내려놓으며 주심 이영재 심판을 잠시 바라봤다. 2회 첫 타석에서도 황대인은 비슷한 코스의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고, 볼 판정에 불만이 쌓인 듯했다.
이에 이영재 심판은 황대인에게 손을 흔들며 ‘하지 말라’는 듯이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황대인도 혼잣말을 하긴 했지만 별도의 액션 없이 바로 뒤돌아섰다. 그런데 이영재 심판은 타석에 내려놓은 배트를 가리키며 황대인의 이름을 몇 번 불렀다. 황대인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배트를 줍지 않고 그대로 3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러자 이영재 심판이 황대인에게 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KIA 김종국 감독과 진갑용 수석코치가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했지만 퇴장 결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키움 이용규도 지난해 4월5일 고척 LG전에서 9회 루킹 삼진 후 배트를 타석에 내려놓고 들어가다 퇴장을 당한 바 있는데 이날 황대인의 행동도 주심을 향한 간접 항의로 받아들여졌다.
올 시즌 KBO리그 5번째 퇴장인데 앞서 3명의 선수(서진용·이승진·구승민)는 전부 헤드샷 사구로 인한 자동 퇴장이었다. 감독 중에선 박진만 삼성 감독이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자동으로 퇴장당했다. 이날 황대인은 볼 판정에 의한 시즌 첫 퇴장으로 자신의 1군 7시즌 커리어에 있어서도 처음이었다.
타자가 배트를 타석에 놓아두고 돌아가는 것은 무언의 항의로 심판 재량에 의해 퇴장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심판들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지켜보는 야구팬들은 황대인의 퇴장에 황당함을 느꼈다.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퇴장 판정이 조금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28년차 베테랑으로 팀장도 맡고 있는 이영재 심판은 지난 10일 사직 두산-롯데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8회 롯데 타자 전준우가 몸쪽 깊은 공에 루킹 삼진을 당한 뒤 이영재 심판의 볼 판정에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멍하니 서서 무언의 불만을 나타낸 전준우는 특별한 어필 없이 덕아웃에 들어갔다. 이어 클럽하우스에서 공 위치를 다시 확인한 전준우가 덕아웃에서 볼이 빠진 것 아닌지 물어봤는데 공수교대 때 이영재 심판이 발끈한 모습으로 롯데 덕아웃에 다가가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롯데 코치들이 양쪽을 말리면서 큰 충돌로 번지지 않았지만 이영재 심판의 심기 불편한 표정이 TV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튿날 전준우는 “볼 판정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 있다. 이해한다”면서도 “‘확인해본다’는 한마디만 해주면 선수들도 이해한다. 선수들은 그런 것 하나에 예민하다. 진짜 집중하고 있는데 그런 판정이 나오면 조금 아쉽다. 이런 일 때문에 열심히 잘하고 있는 심판 분들도 비판을 받는다”고 작심 발언했다.
그로부터 2주 만에 이영재 심판은 또 다른 타자의 볼 판정 불만에 퇴장까지 시켰다. 배트를 내려놓고 나간 황대인도 잘한 것은 아니지만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심판과 선수 모두 사람인지라 서로 감정이 상할 때가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으니 상호 존중도 결여됐다. 일부 심판들의 권위적인 태도에 선수들도 불신이 쌓여간다.
지난 20일 잠실 LG-한화전에서도 권영철 심판이 LG 박해민과 신경전을 벌여 논란이 됐다. 당시 12회 박해민은 권영철 심판의 초구 스트라이크 판정에 아쉬워한 뒤 1루 직선타로 아웃됐고, 헬멧을 거칠게 집어던지며 덕아웃에 들어갔다. 이어 다다음 타자 문성주 타석이 끝난 뒤 권영철 심판이 갑자기 LG 덕아웃으로 가서 박해민과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권영철 심판이 박해민에게 “야, 나도 고생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을 타고 생생하게 들렸다. 아무리 야구 선후배로 얽힌 관계라고 해도 경기 진행 중 심판이 선수에게 반말로 윽박지르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반복되는 오심, 규칙 오적용도 큰 문제이지만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심판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그들의 이미지와 품격, 권위를 자꾸 깎아내리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