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트레이드 복덩이가 다시 뜨고 있다. 지난해 시즌 중 KIA에서 한화로 넘어온 외야수 이진영(26)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진영은 지난 23일 대전 KIA전에서 친정팀을 울리는 장타 한 방을 터뜨렸다. 1회 무사 1루에서 KIA 선발 숀 앤더슨의 2구째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중앙 펜스 상단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1루 주자 정은원을 홈에 부른 적시타로 6득점 빅이닝의 발판이 된 기선 제압의 한 방이었다. 한화의 9-5 승리를 이끈 결승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진영은 지난달 28일 1군 콜업 후 19경기 타율 2할7푼1리(48타수 13안타) 1홈런 5타점 6볼넷 14삼진 출루율 .352 장타율 .417 OPS .769를 기록 중이다. 지난 12~13일 문학 SSG전에서 2경기 연속 2안타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14일 SSG전도 7회 대타로 나와 2타점 동점 2루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21일 잠실 LG전에선 팀의 영봉패를 막는 솔로포로 시즌 첫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하는 등 인상적인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진영은 “감이 좋은지는 딱히 모르겠고, 마인드가 바뀌었다. 매 타석마다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시작은 2군에서 했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해오던 웨이트 루틴을 계속하면서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1군 올라와서도 폼이 바뀌거나 한 것은 없다. 즐기겠다는 마인드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린인터넷고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차 6라운드 전체 58순위로 KIA에 지명된 우투우타 외야수 이진영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호랑이 군단에선 꽃을 피우지 못했다. 외야 자원이 풍부한 KIA에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지난해 4월23일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기회의 땅인 한화에서 이진영은 트레이드 복덩이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에만 24경기 홈런 6개로 장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6월부터 계속 성적이 떨어졌고, 시즌 막판 2군으로 내려가 마무리해야 했다. 지난해 최종 성적은 70경기 타율 2할(220타수 44안타) 8홈런 31타점 OPS .627. 볼넷 17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90개를 당하며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약점을 몰라보게 개선했다. 삼진 14개를 당하긴 했지만 볼넷도 6개를 골라내 출루율(.254→.342)이 1할 가까이 올랐다. 반면 삼진율(37.5%→25.9%)은 10% 이상 줄었다. 컨택률(65.8%→67.6%)은 큰 변화가 없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 컨택률은 58.9%에서 72.0%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진영은 “원래 2군에서 출루율이 괜찮았다. 공 보는 것에 자신감이 있는데 작년에는 성적을 내는 데 급급했다. 치고 나가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막 덤볐지만 올해는 그런 욕심을 버리고 타석에서 상황에 맞게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볼카운트를 생각하지 않고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디 보니 급해지지 않고 나쁜 볼에도 배트가 안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진영의 활약은 지난주부터 쓰기 시작한 양귀 헬멧과 맞물려 더 주목을 끈다. 양귀 헬멧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로 쓴다. 프로에선 대부분 한쪽 귀덮개가 내려온 헬멧을 쓰지만 아주 가끔 양귀 헬멧을 착용한 선수들이 있었다. 지난 2015~2016년 롯데에서 뛴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는 미국 시절 헤드샷 경험으로 인해 보호 차원에서 양귀 헬멧을 썼다. 레전드 2루수 정근우도 2015년 한화 시절 기분 전환 차원에서 잠시 양귀 헬멧을 착용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부터 보기 드문 양귀 헬멧을 쓰고 있는 이진영은 “기분 전환 같은 건 아니다. 원래 쓰던 헬멧이 너무 커서 (주루할 때) 손으로 잡고 뛰어야 했다. 양귀 헬멧을 쓰니 사이즈가 딱 맞게 고정이 돼 주루할 때 편하다. 양귀 헬멧이 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웃었다.
양귀 헬멧을 쓰고 시즌 첫 홈런과 결승타까지 친 이진영은 “외야 포지션은 3군데 다 볼 수 있다.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자리든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며 “남은 경기도 급하게 하지 않고 1경기, 1경기 재미있게 즐기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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