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게 현역 연장을 요청한 이유가 있었다. 장원준(38·두산)이 3년 만에 선발 등판에서 5년 만에 감격의 승리투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130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장원준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130승째를 거뒀다.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으로 2020년 10월 7일 SK(현 SSG)전 이후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 전성기 시절 1회가 늘 불안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두 김지찬을 풀카운트 끝 루킹 삼진 처리한 뒤 김현준과 구자욱을 연달아 2루수 땅볼로 잡고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는 13개.
평화도 잠시 1점 리드를 안은 2회 대량 실점했다. 선두 호세 피렐라, 강민호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에 처했다. 이어 강한울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고, 타구를 잡은 1루수 양석환이 1루 베이스 커버에 나선 2루수 이유찬의 키를 훌쩍 넘기는 악송구를 범했다. 이 틈을 타 피렐라가 홈을 밟았고, 강민호가 3루로 이동하며 무사 1, 3루 위기가 계속됐다.
장원준은 오재일을 풀카운트 끝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김태군에게 1타점 내야안타, 이재현을 만나 2타점 3루타를 맞고 3실점했다. 다만 계속된 1사 3루 위기는 김지찬을 좌익수 파울플라이,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극복했다.
1-4로 뒤진 3회에는 1사 후 또 피렐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도루를 간파하고 1루에 견제구를 던져 런다운 상황을 만들었지만 2루수 이유찬이 1루수 양석환의 송구를 잡지 못하며 2루를 내줬다. 포구 실책. 장원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민호를 1루수 뜬공, 강한울을 포수 땅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베테랑의 투혼에 타선도 응답했다. 3회 집중타를 앞세워 대거 5득점하며 6-4 역전을 이뤄냈다. 다시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장원준은 4회 선두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태군을 병살타, 이재현을 투수 뜬공 처리했고, 여전히 6-4로 앞선 5회 공 8개로 가볍게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개인 통산 130승 요건을 갖춘 순간이었다. 5회까지 투구수는 70개.
장원준은 6-4로 앞선 6회 박치국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2회 4실점했지만 노련한 투구로 5이닝을 책임졌고, 타선은 선발전원안타를 비롯해 대거 6득점하며 베테랑을 지원 사격했다. 장원준은 최고 141Km의 직구를 비롯해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구사하며 2018년 6월 20일 잠실 넥센(현 키움)전 이후 1798일 만에 5이닝을 책임졌다.
최종 결과는 두산의 7-5 승리. 장원준은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했다. 또한 37년 9개월 22일에 130승을 거두며 한화 송진우(34세 4개월 18일)를 제치고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 기록을 경신했다.
아울러 장원준은 삼성 윤성환(37세 7개월 25일)을 제치고 역대 투수 최고령 130승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42세 3개월 25일의 KIA 임창용이다.
장원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신인과 같은 자세로 재기를 노렸다. 비록 개막 엔트리 승선은 불발됐지만 23일 1군 등록과 함께 감격의 130승을 거두며 이 감독의 신뢰에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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