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를 딛고 현역을 연장한 장원준(38·두산)이 3년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부임과 함께 장원준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승엽 감독은 불펜피칭을 본 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라고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3차전 선발투수로 장원준을 예고했다.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 이탈에 따른 대체 선발 기용이다. 딜런은 지난 15일 우측 팔꿈치 내측 굴곡근 염좌 진단을 받으며 1군 말소됐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2년차 좌완 신예 이원재에게 기회를 부여했고, 또 딜런 등판 차례가 찾아오자 퓨처스리그서 컨디션 점검을 마친 장원준을 전격 대체 선발로 낙점했다.
1985년생인 장원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과 같은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다행히 예년보다 좋은 몸 상태와 구위를 선보였고, 이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의 좋은 평가 속 재기에 청신호가 켜졌다. 장원준 본인도 “6년 만에 캠프에서 통증 없이 피칭을 펼쳤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장원준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50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장원준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출발해 4경기(20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남겼고, 최근 등판이었던 10일 SSG전에서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됐다.
개인 통산 129승을 기록 중인 장원준의 선발 등판은 2020년 10월 7일 SK(현 SSG)전 이후 958일 만이다. 또한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5년 넘게 승리 시계가 멈춰있다. 2015년 두산 이적 후 삼성 상대로는 통산 18경기 7승 3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남겼다.
현역을 연장시킨 사령탑의 신뢰는 굳건하다. 지난 주말 수원에서 장원준의 불펜피칭을 직접 지켜본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보다 좋아 보인다. 물론 불펜투구라서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연습할 때는 컨디션이 좋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