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주말 시리즈 마지막 날이다. 박해민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라인업에서 빠진 것이다. 혹시 어제 일 때문에? 염갈량은 손을 젓는다. “그 일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오늘 제외는 단지 휴식을 주기 위한 차원이다. (내일 휴식일을 포함해) 이틀을 연달아 쉬면 더 낫지 않겠나.” 전날 12회에 일이 있었다. 덕아웃 앞에서 벌어진 구심과의 ‘썰전’ 탓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다. 6회 대타로 등장한다. 2사 만루의 기회다. 초구 변화구에 배트가 움찔한다. 포수가 하프 스윙을 묻는다. 3루심(김준희)의 답은 No였다. 2구째도 날카로웠다. 안쪽 아슬아슬한 코스다. 그러나 구심(김병주)은 외면한다. (21일 잠실, LG-한화전)
타자가 유리해졌다. 결국 4구째 결과가 나온다. 유격수 뒤에 떨어지는 적시타다.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는다. 스코어는 3-0으로 멀어진다. 이날 승부의 결정적 순간이다.
수훈 선수는 전날 사건을 후회한다. “많은 팬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죄송하다. 팀원들에게도 미안하다. 홍창기가 안타를 치면서 끝내기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살아났는데, 나 때문에 맥이 끊긴 것 같다. 자제해야 했는데, 지나고 보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지난 주말을 뜨겁게 달군 일이다. “누가 고생 안 한다 했어요?” 사건이다. 연장 막판, 권영철 구심이 트윈스 덕아웃 앞까지 갔다. 그리고 고성이 오갔다. 볼 판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불상사다.
잘잘못은 그렇다 치자. 팬들이 깜짝 놀란 대목이 있다. 람보르미니가 보여준 뜻밖의 캐릭터다.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눈을 부릅뜨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습이 의외였다. ‘저런 면이 있었어?’ ‘남자다잉’ 같은 반응들이다.
트윈스의 초반 페이스가 괜찮다. 여러 악재에도 줄곧 상위권을 지킨다. 급기야 랜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공동 선두다(22일 현재).
다만, 기억에 남는 컷들이 있다. 화내는 모습이 유독 자주 보인다.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다. ‘격노’ ‘폭발’ 같은 묘사가 어울리는 격분 씬이다. 그것도 전혀 안 그럴 것 같던 인물들이 보여준 반전이다. 그래서 더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먼저 감독이 솔선수범(?)했다. 4월 초, 덕아웃에서 보여준 극대노다. 자기 팀 코치가 대상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작전 지시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그러자 대놓고 심한 말을 퍼붓는다. 옆에 있던 스태프와 선수들도 개의치 않는다. 이 장면은 공중파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꽤 많은 논란을 일으킨 순간이다.
같은 달 말이다. 역시 충격적인 씬을 찍었다. 이번 주연은 오지환이다. 4월 29일 타이거즈와 홈 경기 때다. 삼진을 당한 뒤 분노가 폭발한다. 2구째 판정부터 불만이 쌓였다. 배트를 두 번이나 힘껏 내리친다. 박살 난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아 있던 손잡이 부분까지 집어던진다.
그걸로도 분이 안 풀린다. 헬멧까지 벗어든다. 순간 누군가 떠오른다. 아슬아슬하다. 극적으로 화를 삭인다. 머리 위까지만 치켜들었다. 끝내 팽개치지는 않는다.
이보다 며칠 전이다(4월 27일 잠실 랜더스전). 이번 편 주연은 김현수다. 역시 (루킹) 삼진 아웃 직후다. 타석을 떠나지 못한다. 판정에 불만을 크다. 구심을 향해 ‘너무 빠졌다’며 얼굴을 들이댄다. “아이~참” 하는 대사가 방송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다.
감독의 극대노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비슷한 결이다.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김현수(35), 오지환(33), 박해민(33)이다. 전직 캡틴, 현직 캡틴, 그리고 전 소속팀 캡틴이다. 이들은 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리더들이다.
폭발의 이유는 같다. 판정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불만이 1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라인업의 중심이다. 팀을 위해, 또는 어린 후배들을 위해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 짐작의 이유는 있다. 그러지 않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도련님’으로 불렸다. 깔끔한 스트라이프 유니폼에 폭넓은 팬덤을 가진 팀이었다. 그래서 폼 나고, 멋 부리는 야구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폼과 멋 대신 화(火), 좋게 표현하면 파이팅이 가득하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 말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너무 잦으면 곤란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식상해진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적당한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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