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사구 후 사과, 이런 외인 봤나 "한국 문화 존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23 08: 00

한화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는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에서 5회 2사 후 신윤후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한국에서 첫 사구. 산체스는 1루에 나간 신윤후를 바라보며 모자 챙을 잡은 뒤 손으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 가벼운 목례로 사과 표시를 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사구 후 타자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이제 새롭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달리 선후배 관계로 얽힌 한국만의 야구 문화를 여러 외국인 선수들이 따라한다. 먼저 한국에 온 선수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단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식 문화를 따로 교육한다. 받아들이는 건 선수 몫이다. 
산체스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알아서 깨우치고 행동으로 옮긴 케이스다.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산체스는 지난달 28일부터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2주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때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며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투수가 사과하는 모습들을 봤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5.17 / dreamer@osen.co.kr

산체스는 “2주 정도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는데 투수들이 사구 이후 타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인사하는 모습을 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문화라는 것을 알았고, 나도 사구가 나오면 타자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요소 중 하나가 문화 적응력이다. 1997년생 26세로 현역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산체스는 처음 한국에 올 때부터 “한국에서 1년만 하고 돌아갈 생각없다. 2~3년 앞으로도 계속 힘이 닿는 데까지 오랫동안 한국에서 야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5.17 / dreamer@osen.co.kr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자리잡지 못한 산체스는 젊은 나이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에서 야구 잘하면 금전적인 대우도 좋아지고, 향후 일본이나 미국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을 발판 삼아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산체스의 젊은 나이와 동기 부여를 기대하고 있다. 최 감독은 “나이가 젊으니 나름 야망이 있을 것이다. 여기를 찍고 다음 플랜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도 산체스가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2023.05.17 / dreamer@osen.co.kr
몸쪽을 찌르는 평균 148km 강속구와 빠른 투구 템포가 강점인 산체스는 첫 2경기에서 9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00으로 순조롭게 적응했다. 23일 대전 KIA전에서 팀의 3연패 탈출과 함께 개인 첫 승을 노린다. 앞서 2경기는 투구수 제한으로 각각 53구, 71구를 던졌는데 이날은 85구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