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이 종료된 이후 과연 KBO리그는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더군다나 시즌 직전 치러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 그리고 축구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과 비교가 됐다. 또한 시즌 직전과 초반에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들로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지며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우려를 뒤엎고 KBO리그는 최전성기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흥행 그래프가 회복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롯데의 대약진도 포함되어 있다. 롯데가 상위권에 포진하자, '구도'의 중심인 부산 사직구장은 물론 원정을 다닐 때마다 구름관중을 불러모으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일 사직 SSG전에서 0-5로 패했다. 전날(19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단독 1위로 올라섰지만 다시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날 사직구장은 올 시즌 두 번째 만원관중(2만2990명) 경기를 치렀다. 이날 부산시리즈의 부산페스티벌로 펼쳐지면서 입장 관중들에게 보급형 동백 유니폼을 나눠줬다. 팬들이 동백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을 빽빽하게 채우자 야구장은 동백의 물결로 뒤덮였다. 사직구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롯데는 4월 막판부터 9연승을 질주하면서 단독 1위로 올라섰고 5월에도 상승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번의 시리즈 연속으로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있고 '디펜딩챔피언'이자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SSG와도 시리즈 1승1패로 맞서 있다.
이러한 롯데의 질주는 KBO 흥행의 견인차 역할까지 하고 있다. KBO리그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181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207만1740명). 10구단 체제 기준, 10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이는 역대 5번째로 빠른 시점이었다. 200만 관중 돌파까지는 90경기가 추가로 더 걸렸는데 이 역시 2017년(71경기), 2016년(77경기), 2018년(83경기), 2015년(86경기)에 이어 5번째로 빠르다.
현재 흥행 페이스는 2015년(736만 530명)과 2019년(728만6008명) 사이 수준이다. 하지만 두 시즌 모두 롯데는 하위권에 쳐지면서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했다. 롯데가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7년, KBO리그는 역대 최다 관중(840만688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롯데는 103만8492명(평균 1만42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롯데가 KBO리그 흥행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기록이다.
현재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18경기 21만1063명이 관중이 들어왔다. 평균 1만1726명이다. 최근 8경기에서는 주중 경기 5경기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모두 1만 관중이 넘었다(8경기 평균 1만5769명).
무엇보다 원정경기까지 롯데 팬들이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전구장의 흥행도 따라오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원정에서 17경기를 치렀고 22만410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평균 1만3183명. 원정의 경우 대부분의 팬이 홈구장의 상대편 팬이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롯데 팬들도 원정 응원 관중석을 빼곡히 채우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롯데의 성적과 흥행이 비례한다는 것은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20일 사직 만원관중을 잠재운 6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김광현은 "로이스터 감독님 계시던 시절에 롯데가 인기가 많아서 관중이 많았는데, 그때 기분이 났다. 저 개인적으로는 롯데전 좋은 기억도 많고 즐거웠다"라면서도 "사실 야구의 침체기라고 한다. WBC 성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했다. 즐거웠고 경기를 정말 즐겼던 것 같다"라면서 사직의 구름관중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우리 SSG팬들도 열정적이지만 선수들끼리도 롯데가 팬이 많고 열정적이니 '롯데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장난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정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계속 야구가 인기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많이 오시는만큼 선수들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라고 리그 대표 선수로서 소신을 밝혔다.
올해 첫 사직의 만원관중을 상대팀으로 목격한 키움 홍원기 감독도 당시 서튼 감독과의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한국야구를 위해서는 롯데 성적이 좋아야 한다. 오랜만에 부산갈매기 떼창을 들으니까 전율이 돋더라'라는 얘기를 하니까 서튼 감독도 공감을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래리 서튼 감독 역시도 이방인이지만 KBO리그 최고 인기팀 사령탑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감독인 나를 비롯해서 선수들 모두가 롯데 팬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경기 중에 관중석을 보지는 못하지만 함성은 100%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경기 후 관중석을 바라보면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하면서 "팀이 지금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이 성장하는데 팬들의 지원이 정말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놀랐던 것은 부산은 물론, 잠실, 창원, 대전 등 원정 어디에서든지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저희가 성장하면서 팬들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라면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롯데의 질주와 선전으로 KBO리그 흥행과 동행하는 그림이 계속 보여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