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KBO리그 적응을 마친 것일까. 두산 베어스의 골칫덩이였던 호세 로하스가 마침내 두산이 원했던 호쾌한 스윙을 선보였다.
로하스는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원정경기에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활약으로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첫 홈런은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3-0으로 리드한 6회 선두로 등장, KT 선발 배제성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달아나는 우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17일 고척 키움전 이후 4경기 만에 나온 시즌 8번째 홈런이었다.
로하스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4-0으로 앞선 8회 무사 1루 상황. 그는 바뀐투수 주권을 만나 0B-1S에서 2구째 직구를 공략해 우월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로하스는 데뷔 첫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한화 노시환(8개)을 제치고 홈런 부문 2위로 올라섰다. 선두 박동원(LG)과의 격차는 불과 1개. 최근 7경기서 무려 4홈런을 몰아치며 KBO리그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총액 100만 달러에 두산 새 외국인타자가 된 로하스는 이날 전까지 타율 2할7리 부진에 시달렸다. “뛰어난 컨택 능력과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스프레이 히터”라는 평가와 달리 리그 적응에 애를 먹으며 두산 타선의 골칫거리가 됐다. 외국인타자임에도 4월 중순부터 줄곧 6, 7번 하위타선을 맡았고, 타율이 1할대 후반과 2할대 초반을 오가며 반등이 요원해 보였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를 신뢰했다. 기술보다는 정신이 부진의 주 요인이라 판단하고, 선수의 멘탈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이 감독은 “원래 선구안이 좋고 공을 잘 맞히는 타자인데 성적이 안 나니까 급해지고 여유가 없어졌다. 너무 강하게만 치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로하스의 의지는 강하며, 그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최상의 타선을 꾸릴 수 있다.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령탑의 믿음이 통했을까. 로하스는 지난 12일 잠실 KIA전 홈런을 반등의 계기로 삼았다. 그 때부터 전날 KT전까지 7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고, 이 기간 3할3푼3리(24타수 8안타)의 타율을 써냈다. 8안타 가운데 무려 5안타를 장타로 장식, .875의 어마어마한 장타율까지 기록했다. 시즌 타율도 어느덧 2할1푼7리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KBO리그 레전드 출신인 정민태 SPOTV 해설위원은 이날 로하스의 두 번째 홈런을 보고 “확실히 감을 잡았다”라고 호평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이승엽 감독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로하스의 부진 탈출을 반겼다. 두산의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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