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31·두산)가 3년 만에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야구의 명백한 리그 수준 차이가 드러난다.
알칸타라는 지난 20일 수원 KT전에서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압도적 투구를 했다. 이호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8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5승(2패)째를 거둔 알칸타라는 평균자책점도 1.50에서 1.29로 낮췄다. 이날 창원 삼성전에서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한 NC 에릭 페디(1.63)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피안타율 1위(.186), 다승 3위, 이닝 공동 2위(56), WHIP 2위(0.93), 탈삼진 3위(61개)로 주요 부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을 내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강속구 투수 알칸타라는 2019년 KT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왔다. 2020년 두산으로 팀을 옮겨 31경기(198⅔이닝)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 탈삼진 182개로 활약한 알칸타라는 다승 1위, 이닝·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4위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50km대 강력한 직구를 중심으로 포크볼 구사 비율을 늘려 결정구 문제를 극복했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알칸타라를 스카우트하며 2년 400만 달러(추정) 거액을 썼다. 그러나 2021년 일본 진출 첫 해부터 알칸타라는 선발로 시작했지만 시즌 중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타순이 한두 바퀴 돌고나면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첫 해 성적은 24경기(59⅓이닝) 3승3패6홀드 평균자책점 3.49.
2년차가 된 지난해에는 구원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지만 39경기(38⅓이닝) 1승3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투고타저 리그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은 평균 이하였다. 17홀드 이상 기록한 20명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다. 8월 이후 홀드 없이 패전조로 밀려났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제외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두산과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한 알칸타라는 3년 만에 돌아온 한국 무대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평균 150km 강속구는 여전하고, 떨어지는 포크볼이 예리함을 더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와 스태미나도 여전하다. 최근 6경기 연속 포함 7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전 일본에서 중간으로도 통하지 않았던 투수였지만 한국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한일리그와 팀의 특성 및 환경, 문화 차이 같은 여러 요소도 있겠지만 리그 수준 차이를 도저히 외면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알칸타라에 앞서 과거에도 현대 외야수 클리프 브룸바, 두산 투수 게리 레스, SK 투수 크리스 세든, 넥센 투수 앤디 밴헤켄 등 여러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일본에 갔다 실패했지만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재기했다.
거포 타이론 우즈,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 릭 밴덴헐크 등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크게 성공한 외국인 선수들이 있지만 야마이코 나바로, 윌린 로사리오, 멜 로하스 주니어 등 한국을 주름잡은 외국인 타자들은 일본에서 줄줄이 실패했다.
지난 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한일야구 실력 차이는 단기간 쉽게 좁히기 힘든 수준임을 확인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알칸타라의 맹활약으로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외면하기 힘든 현실로 계속 마주하게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