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로 윽박지르던 SSG 김광현(35)의 모습은 사라졌다.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빅게임 피처의 위용은 그대로였다.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20일 부산 사직구자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무4사구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SSG는 ‘탑데’의 기세를 잠재웠다. 롯데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김광현은 최근 구위로 상대를 잠재우는 파워피처 스타일에서 변화를 줬다. 이날 역시도 변화구를 더 많이 구사했다. 최고 146km까지 찍은 패스트볼은 19개를 던졌다. 대신 슬라이더 36개, 체인지업 20개, 커브 13개를 구사하면서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전히 흐트려 놓았다.
경기 후 김광현은 “오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너무 좋았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도 잘 잡혔다. 오늘 전력분석에서 하자는대로 했던 게 잘 됐고 컨트롤도 잘 됐다”라면서 “최근에는 제가 변화구 패턴이 많았는데 또 롯데의 어린 타자들이 직구는 잘 공략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전력분석에서도 그랬고 저도 변화구를 많이 썼던 게 주효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롯데의 기세는 놀라왔다. 전날(19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SSG를 세밀하게 파고들면서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이 기세는 팬들의 만원관중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김광현의 완벽투 앞에서 2만2990명의 사직 만원관중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최근 롯데의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롯데의 기세를 무실점 승리로 좀 꺾은 것 같다. 이 분위기가 내일에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직구장의 함성에 대해서는 “사실 마운드에 있으면 잘 들리지 않는다. 내려올 때 들리고 올라갈 때 들린다”라면서 “로이스터 감독 때 이후 사직구장에서 이렇게 던진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도 그때도 좋은 기억이 많았다. 그래서 오늘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광현은 지난 2015년 5월27일부터 이어져 온 롯데전 11연승을 이어갔다.
아울러 사직구장의 동백 물결 속에 자리잡았던 400여 명의 SSG 팬들을 향해서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사실 우리 팬들이 기에 많이 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꿋꿋하게 응원해주셨다. 우리 선수들도 자기 플레이를 잘 해서 경기가 잘 풀렸다. 이제 다음에 인천에서는 우리가 복수를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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