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급 긴장감이 깔려 있는 경기의 분위기. 포스트시즌 단골이자 지난해 통합 우승팀 SSG는 이런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기세를 올리고 있던 롯데에 이런 긴박한 분위기는 아직 낯선 듯 했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0-5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2연승이 끊겼고 1위를 탈환한지 하루 만에 3위로 내려오게 됐다.
SSG라는 유통 모기업의 라이벌 구도와 치열한 선두권 경쟁으로 일찌감치 관심이 모아졌던 경기. 그리고 롯데는 ‘부산-시리즈’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팬들에게 동백 유니폼을 나눠주는 행사도 가졌다. 20일 경기는 일찌감치 2만2990석의 사직구장이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19일 경기에서 롯데가 7-5로 승리를 거두면서 경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선발 투수도 모두 에이스들이 출격했다. SSG가 김광현,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빅게임이었다.
붉은 물결의 야구장에서 양 팀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2회까지 김광현과 스트레일리는 퍼펙트 피칭을 펼치면서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 긴장감과 흐름이 깨진 것은 롯데의 실책 때문이었다. 정규시즌도 마찬가지지만 단기전에서 실책은 파급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사례들은 실책의 나비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려줬다. 롯데는 걷잡을 수 없었던 위기의 파도와 흐름을 극복하지 못했다.
3회초 1사 후 이정범의 평범한 땅볼 타구 때 3루수 한동희가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송구가 경기장 밖으로 넘어가면서 안전진루권까지 주어지며 1사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잘 던지고 있었고 최근 흐름도 괜찮았던 스트레일리도 이런 흐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사 2루에서 김민식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우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았다. 선제 실점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끌려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타선은 김광현을 상대로 전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 분위기를 추스릴 새도 없이 이어진 4회 다시 위기가 찾아왔고 실점했다.
이번에는 스트레일리 스스로가 무너졌다. 더 이상의 출루와 실점은 안된다는 강박감이 지배했던 것일까. 스트레일리는 유리한 카운트 상황을 이용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4회 선두타자 최정을 상대로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지만 몸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사구를 내줬다. 불안한 선두타자 출루, 이후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최주환에게 다시 좌전 안타를 내줬다.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한유섬을 상대로는 다시 2S의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런데 다시 몸쪽에 패스트볼을 던지려다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허무하게 만루 위기를 헌납했다.
이후에도 유리한 카운트를 활용하지 못하며 실점했다. 김성현에게도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우전 적시타를 내줬고 이정범에게도 2S를 잡고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롯데는 기회를 내줬고 SSG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셈이었다.
결국 경기 분위기는 4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SSG쪽으로 넘어갔다. 5회에도 2사 후 만루 위기를 헌납한 뒤 김성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0-5로 격차가 벌어졌다.
롯데 타선은 김광현에게 6회까지 단 1안타 밖에 뽑아내지 못하면서 침묵했다. 전날 어렵게 1위를 탈환한 것이 허무하게 곧바로 1위 자리를 내줬다. 2만2990명의 만원관중은 쓸쓸히 롯데의 패배를 목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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