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한방은 없었다. 하지만 더블스틸 등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과 작전으로 1점 씩 점수를 쌓아 올리는 공든탑의 야구로 탄탄하게 승리를 지켰다. 홈런 꼴찌라는 수치가 이제 대수일까.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7-5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22승12패(승률 .647)로 SSG(24승14패1무, 승률 .632)를 끌어내리고 1위로 올라섰다. 유통 라이벌들의 1위 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맞대결. 기세의 롯데는 거칠 것 없이 나아가면서 현재 최강팀 SSG를 말라 비틀어지게 했다. 비록 9회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미 차곡차곡 쌓은 점수, 그리고 벌어진 점수 차로 더 이상 멀어지게 했다.
이날 롯데는 1회부터 적극적으로 벤치가 개입했다. 현재 타선의 사이클이 썩 좋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잭 렉스도 오른쪽 무릎 슬개건(힘줄) 미세 파열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무릎 상태 때문에 5월 성적이 타율 1할8푼9리에 불과했지만 해결사 한 명이 빠진 공백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팀 홈런 꼴찌(16개)로 장타력이 다소 부진하다.
그러나 롯데 벤치는 렉스의 공백, 장타력의 허전함을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움직였다. 선수들도 누상을 활발하게 경기를 주도했다. 그렇게 지난해 견고했던 챔피언 SSG를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김민석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상대 선발 박종훈을 흔들면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안권수까지 볼넷으로 출루했다. 고승민의 번트 실패 후 삼진으로 1차적인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후 폭투가 나오면서 주자들이 투수를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안치홍의 1루수 땅볼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에도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끊임없이 움직였다. 적시타와 한 방 없이도 응집력으로 점수를 뽑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1-1 동점이 된 4회에는 고승민의 안타와 안치홍의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만들었고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로 2-1의 리드를 다시 만들었다.
5회에는 선두타자 박승욱의 2루타 이후 윤동희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윤동희는 번트 작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로 몰린 뒤 좌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결과적으로는 작전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물론 후속 김민석의 병살타로 대량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벤치의 의지와 선수들의 집중력을 동시에 확인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 안치홍의 좌전안타와 노진혁의 중전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지시완의 타석. 지시완은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롯데가 이제는 쫓기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벤치와 1,3루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라운드에는 작전과 경기 상황 파악에는 도가 튼 김평호(1루), 전준호(3루) 코치가 있었다. 결국 지시완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1루 주자 노진혁이 2루로 뛰었다. SSG 포수 김민식이 2루로 송구하는 것을 포착한 3루 주자 안치홍은 틈을 파고 들어서 더블 스틸 득점을 연결시켰다. 2루수 최주환이 송구 자세를 취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4-1로 격차를 다시 벌리고 경기 중후반 분위기를 확실하게 가져오는, 상대의 힘을 빠지게 하는 득점이었다.
성민규 단장과 래리 서튼 감독 체제가 구축된 이후, 롯데는 스피디한 야구를 추구하려고 했다. 다만 선수단 구성상, 그동안은 스타일 변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발 빠르고 운동능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올라오며 선수단 구성이 물갈이 됐다. 서튼의 야구가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물론 판이 깔렸다고 모두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는 없다. 깔린 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훈련량을 늘렸다. 세밀한 야구, 작전 야구를 펼치기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끊임없이 훈련을 펼치며 스몰볼의 야구관을 확실하게 녹여냈고 그 결실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한 방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의 팀 컬러는 완전히 바뀌었다. 혹자들은 시원하지 않고 화끈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라진 롯데는 기세를 몰아서 정상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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