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투진이 힘든 상황에서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완 홍정우(27)를 두고 이 같이 말했다. 4월 5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5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홍정우는 퓨처스 무대에서 위력투를 뽐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10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2세이브 1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74.
1군 복귀전이었던 17일 대구 KIA전에서 3-6으로 뒤진 7회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를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최형우를 각각 중견수 플라이, 1루 땅볼로 가볍게 유도했다. 2사 후 김선빈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한 데 이어 황대인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1,2루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김호령을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하며 이닝 마무리.
19일 창원 NC전에서 1사 3루 위기를 잠재우며 4연패 탈출에 기여했다. 1점 차 앞선 8회 1사 3루 위기에서 김태훈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손아섭을 유격수 땅볼 처리한 데 이어 박민우와 볼카운트 2B-2S에서 주무기인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홍정우는 9회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군 복귀 후 2경기 연속 쾌투를 뽐낸 비결은 무엇일까. 투구 폼을 교정하거나 피칭 레퍼토리를 추가하는 등 기술적인 변화는 없다. 생각을 바꾼 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홍정우의 설명.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올라가면 제가 던질 수 있는 공을 자신 있게 던지는데 접전 상황에서 나가면 저도 모르게 더 신중하게 승부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홍정우는 "항상 내려오면 후회하니까 (안타 또는 홈런을 맞더라도 후회 없는 투구를 해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어 "똑같은 공으로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어느 만큼 자신 있게 던지느냐가 중요하더라. 정현욱 코치님, (우)규민이 형, 우완 (이)승현이 형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일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제 자리가 확실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위축되는 경우가 있어서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해야 후회가 안 남더라"고 했다. 그는 "지금껏 많은 기회를 얻었는데 제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무조건 제가 잡아야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욱 투수 코치가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문용익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모습이 중계에 잡혀 논란이 됐다. 이에 홍정우는 "정현욱 코치님이 요즘 핫하신데 아무래도 악마의 편집에 당한 거 같다. 선수들과 장난도 칠 만큼 가깝게 지낸다. 특히 1,2군을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을 알뜰살뜰 잘 챙겨주시는 등 정말 좋은 분이다. 전형적인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홍정우는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포크볼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서다. 투수 코치님과 상의해 그립도 바꿔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포크볼이 살아야 마운드에서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해진다". 야구계에서 핫한 구종인 스위퍼를 장착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코치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제겐 안 맞는 것 같더라. 하던 거 열심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구속 향상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홍정우는 "150km를 던진다고 (안타 또는 홈런을) 안 맞는 건 아니다. 150km 중반을 던질 게 아니면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느리다고 맞고 빠르다고 안 맞는 건 아니다". 홍정우의 말이다.
"항상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던 그는 "이제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내야 한다. 성적도 좋아야겠지만 마운드에서 제가 필요하다는 걸 각인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