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깨달음을 얻어서이지 않을까요?"
롯데 자이언츠에서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내야수 박승욱(31)은 현재 팀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슈퍼 서브' 역할을 맡고 있다. 주전은 아니지만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매 순간 임팩트가 강렬하다. 견실한 수비와 성실한 주루,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알토란 같은 한방의 타격으로 팀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의 스몰볼을 실현시켜주는 최적의 인물이다.
박승욱의 시즌 성적은 25경기 타율 3할7푼1리(35타수 13안타) 4타점 6득점 2도루 OPS .922의 대단한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전체 타석(40타석) 중 30%가 득점권(12타석)이었는데, 득점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득점권 성적은 타율 5할(10타수 5안타) 3타점 2볼넷. 백업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투아이'에서 집계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는 0.58로 팀 내 4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팀 기여도가 남다르다.
팀이 선두로 다시 올라선 SSG 랜더스와의 1위 대전에서도 박승욱은 한동희를 대신해 8번 3루수로 출장했고 팀 득점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2-1로 앞서던 5회 선두타자로 나서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며 기회를 창출했다. 이후 윤동희의 좌전안타로 무사 1,3루 기회가 이어졌고 김민석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홈을 밟았다. 3-1로 달아나는 득점.
6회에는 더블스틸로 1점을 더 추가하면서 4-1로 더 달아났고 이어진 2사 2루의 득점권 기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좌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2루 주자 노진혁을 불러들이는 듯 했다. 그런데 SSG 좌익수 에레디아가 오차 없이 정확한 홈보살을 해냈다. 박승욱의 타점 1개가 날아갔다.
그러나 앞서 노진혁의 2타점 2루타로 6-2로 달아난 가운데 맞이한 8회 타석에서 잃어버렸던 타점을 되찾았다. 2사 2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로 7-2를 만들었다. 승부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쐐기의 한 방이었다. SSG의 9회 추격이 이어졌기에 박승욱의 쐐기타 한 방은 더욱 값졌다.
박승욱은 "스윙 쪽으로 바꾸는 건 힘들더라. 그래서 타이밍적으로 수정을 했더니 공을 보는 게 편해졌고 좋은 타구가 나오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선발로 나섰지만 경기 중후반 백업으로 준비를 하다가 교체로 투입돼서도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주연이 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인지한 뒤, 그 역할에 자신을 맞춰나갔다.
그는 "사실 우리 팀 주전 멤버는 정해져 있었다. 일단 거기서 제가 할 역할을 빨리 인지했고 준비했다.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수비에 중점을 많이 뒀고 출장이 많아지다 보니까 타석에서도 기회가 많아졌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실패의 경험이 박승욱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마 그동안 못 쳐서 실패하고 깨달음을 얻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실패를 한다는 것을 느꼈기에 다르게 준비를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2년 SSG의 전신인 SK에 입단했고 이후 KT로 트레이드 됐다가 2021년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출됐다. 그리고 테스트를 받고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촉망받던 주전 내야 자원이었지만 이제는 백업이 됐고, 그 역할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롯데의 1위 등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팬들의 기대도 높아졌고 응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는 이러한 순간을 매 순간 소중하게 여기려고 한다. 그는 "어디서든 우리 팬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원정에서 응원 목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힘이 됐다"라면서 "팬들이 많아져서 퇴근이 힘들다고 그걸 힘들어 하면 안된다. 팬분들이 응원해주신만큼 저희도 해야 한다. 나 역시도 매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더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