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잘 막았잖아".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0)가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광주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3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10-1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을 따냈다. 첫 퀄리티스타트를 펼치며 괴물 본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개막 이후 제구난에 빠져 평균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빚을 완벽하게 청산했다. 첫 해 신인왕에 올랐고 작년 두 번째 시즌은 10승을 따냈다. 올림픽과 WBC 대표로 참가했다. 3년째를 맞아 승승장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몫을 못했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투구였다.
개막 이후 많은 볼넷을 내준 이유도 밝혔다. 야구를 알면서 타자와 승부에 집착해 안맞으려다 보니 생긴 시행착오였다. "이제 야구를 알기 시작해 조금 불안감이 생긴 것 같다. 그전에는 그저 공격적으로 투구하자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타자와 승부를 하려다보니 더 어렵게 됐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9이닝당 8.33개의 제구난을 딛고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한 이유는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였다. 만루위기를 맞아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ERA 2.58를 기록한 비결이었다. "다들 말해준 것이 있었다. '결국은 막지 않았느냐'는 말이었다.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것 같다. '막는 것과 못막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던지라'는 말을 해주셔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배 양현종의 포커페이스에 경의감도 표시했다. "오늘 던지면서 현종 선배님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득점이 많든 적든 업다운이 없다. 나는 업다운이 심하다. 포커페이스의 뜻을 이해 못했는데 오늘 던지면서 알았다. 점수 차가 적으면 투수가 부담인데 현종 성배는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WBC 대회 대표로 참가했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후보군에 있다. 젊은 선수라면 다들 가고 샆은 대회이다. 그런데 이의리는 단호했다. "이렇게 던지면 아시안게임에 못간다. 오늘같이 던지면 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목표는 9월의 아시안게임보다 다음경기이다"고 말했다.
시즌 최대의 목표는 건강이었다. WBC 대회 참가한 선수들이 대거 부상에 시달리는 모습에 긴장김도 보였다. "올시즌은 안다치는게 목표이다. 국가대표 갔다와서 형들이 다치는 것 보면 아쉽다. 나도 다칠 수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