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왜 즉시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한 좌완투수를 내주면서까지 내야수를 얻으려 했을까.
KT는 지난 19일 수원 두산전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전격 단행했다. 사직에서 SSG전을 앞둔 롯데에 좌완투수 심재민(29)을 내주고, 반대급부로 내야수 이호연(28)을 받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 내야 보강이 필요한 KT가 롯데에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이호연을 얻기 위해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할 수 있는 심재민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심재민은 개성고를 나와 2014 신인드래프트서 KT 우선 지명된 KT의 창단 멤버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기대와 달리 프로에서는 좀처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 왼손투수라는 이점과 좋은 구위를 갖고도 한 보직에 정착하지 못하며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팀에 기여했다. 심재민의 1군 통산 성적은 293경기 13승 20패 2세이브 31홀드 평균자책점 5.03. 올해는 4경기 평균자책점 22.50을 남긴 뒤 4월 19일 2군으로 내려가 1군 복귀를 준비 중이었다.
KT 불펜은 최근 손동현, 전용주, 이선우 등 능력 좋은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며 심재민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왼손 불펜도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조현우와 전용주로 운영이 가능했고, 2군에서 김태오, 박세진, 하준호 등이 착실히 1군 콜업을 준비 중이었다. 심재민의 퓨처스리그 성적이 8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9로 좋았지만 당장 1군에서 통할 정도의 구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KT는 이에 심재민 카드로 내야를 보강하기로 했다. 더딘 세대교체와 노쇠화가 두드러진 KT 내야. 지난 겨울 4년 29억 원에 김상수를 영입하고, 1+1년 3억 원에 신본기를 잔류시켰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며 가용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3루수 황재균은 발가락 미세 골절로 재활 중이며, 박경수, 김상수는 체력 저하 및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박병호도 최근 부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다. KT는 급기야 19일 두산전 선발 유격수로 2019년 데뷔 후 1군 기록이 없는 신예 박민석을 기용했다. KT 내야의 씁쓸한 현실이었다.
이호연은 광주제일고-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6라운드 53순위로 입단했다. 2020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그의 3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2할4푼1리 2홈런 17타점 20득점.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17경기 타율 4할3푼1리 3홈런 16타점으로 맹활약 중이었다. KT는 창단 멤버로 입단한 원클럽맨 좌완투수를 내줄 만큼 이호연에게 매력을 느꼈다.
KT 나도현 단장은 “1군 경험이 있는 이호연은 올 시즌 타율, 출루율 등 퓨처스리그 주요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타격 능력을 인정받은 내야 자원이다”라며 “이호연은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기존 내야 자원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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