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KT 위즈를 구한 선수는 지난해 승률왕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승(3패)째를 챙겼다.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승리였다.
1회는 다소 불안했다. 1사 후 박계범을 풀카운트 끝 볼넷 출루시킨 뒤 견제사를 기록했지만 곧바로 양의지의 내야안타와 도루로 2사 2루에 처했다. 실점은 없었다. 김재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2회와 3회는 깔끔한 삼자범퇴였다. 1회 김재환부터 4회 선두 박계범까지 8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펼쳤다. 이후 양의지의 볼넷과 김재환의 우전안타로 처한 1사 1, 3루서 양석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호세 로하스의 안타로 이어진 만루를 양찬열의 병살타로 극복했다. 8구 승부 끝 직구로 땅볼을 유도한 게 주효했다.
3-1로 앞선 5회를 다시 삼자범퇴 처리한 엄상백은 6-1로 리드한 6회 손동현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102개.
KT는 경기에 앞서 2연패에 빠져 있었다. 긴 연패 시작된 4월 20일 수원 SSG전부터 23경기 성적이 3승 1무 19패로 상당히 저조했고, 5월 7일 꼴찌로 추락한 뒤 열흘째 순위까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가운데 전날 LG전에서 우익수 강백호가 안일한 수비로 빅이닝 빌미를 제공하며 팀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었다.
KT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선발야구였다. 웨스 벤자민, 보 슐서 듀오의 동반 부진, 소형준의 팔꿈치 수술로 선발진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여기에 전날 믿었던 에이스 고영표마저 4⅔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며 돌파구를 찾기 힘들었다. KT의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은 리그 최하위(4.97)였던 터. 5월로 기간을 한정하면 수치가 6.85까지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엄상백이 최근 2경기 연속 부진을 털고 지난해 승률왕의 면모를 되찾았다. 비록 5이닝 투구수가 102개에 달했지만 최고 149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을 곁들여 최근 들어 화력이 부쩍 좋아진 두산 타선을 1실점 봉쇄했다. 스트라이크(67개)-볼(35개)의 비율도 이상적이었다. 모처럼 선발야구가 이뤄지자 타선도 시원하게 터졌다.
엄상백은 경기 후 "(장)성우 형의 리드에 따라 직구 위구 피칭을 한 게 주효했다. 성우 형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 또 야수들이 수비에서 도와줬다. 4회 만루 위기에서 야수들이 멋지게 땅볼 처리를 해줬다. 운이 좋았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좋은 선발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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