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불펜 뎁스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
봄의 기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롯데가 여름과 가을을 준비한다. 롯데는 19일 KT와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좌완 투수 심재민(29)을 영입하면서 내야수 이호연(28)을 내줬다.
롯데는 KT에서 한때 팀의 필승조 역할까지도 맡았던 좌완 투수를 데려오며 불펜 뎁스를 강화했다.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현재 타율 4할3푼3리(67타수 29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유틸리티 내야수를 포기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KT 쪽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내야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KT였다. 황재균이 부상으로 전열을 장기간 이탈해 있고 1루수 박병호도 최근 부상에서 돌아왔다. 주전 키스톤콤비인 박경수와 김상수 모두 30대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장준원이 복귀했지만 내야진의 절대적인 질과 양이 부족했다. KT는 내야 전포지션을 볼 수 있고 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이호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불펜진 뎁스 강화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롯데와 트레이드카드가 맞았다.
당장 롯데는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좋은 이호연에 대해 “좋은 타자인데 아쉽다. 하지만 올릴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반응이다. 유격수 노진혁이 FA로 영입됐고 박승욱, 김민수, 이학주 등의 내야 유틸리티 자원들이 비교적 풍부하다. 이호연과 역할이 모두 겹쳤다. 이호연의 타격은 대등할 수 있지만 수비력에서 이들을 뛰어넘기에는 냉정하게 부족하다.
이호연을 카드로 활용해서 롯데는 팀에 부족한 좌완 불펜 뎁스를 강화했다. 심재민은 개성중-개성고를 나온 부산 출신이다. 지난 2014년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만약 당시 신생팀 우선지명이 없었다면 롯데의 1차지명 1순위 선수였다. 대신 뽑은 선수가 경남고 좌완 김유영이었고 지난 겨울, 유강남의 FA 보상선수로 LG로 팀을 옮겼다.
그럼 롯데는 왜 심재민을 선택했을까. 심재민은 1군 통산 293경기 13승20패 2세이브 31홀드 평균자책점 5.03의 성적을 기록했다. KT의 좌완 불펜요원으로 요긴하게 중용을 받았다. 40경기 이상 던진 시즌이 5시즌이었다. 2017년 개인 최다인 64경기(74⅔이닝)에 나서서 1승7패 13홀드 평균자책점 5.18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에도 44경기(43⅓이닝) 4승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74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 심재민은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4경기 2이닝 평균자책점은 22.50에 달한다. 퓨처스리그에서는 8경기(11⅓이닝)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9의 성적을 남기고 있지만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단 구속 자체가 떨어졌다.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심재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1.1km였다. 그런데 올해 구속은 136.1km가 찍혔다. 5km가 줄었다. 심재민이 구위로 윽박지르는 유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구속은 뒷받침 되어야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2군에서도 계속 경기에 던졌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중도 불었고 시즌 준비 과정도 좋지 않았다.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현재 심재민의 상태를 분석했다.
현재 롯데 불펜진에 1군 가용 좌완은 김진욱과 이태연이 유이하다. 김진욱은 1이닝 자원이라고 봐야 한다. 이태연 정도가 스페셜리스트다. 그리고 롯데 불펜진은 좌완과 우완을 따지지 않아도 준수한 불펜진이라고 볼 수 있다. 심재민을 당장 급하게 투입할 이유는 없다.
대신 여름과 가을 등 시즌 중후반에 심재민이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데려왔다. 이 관계자는 “7~8월에 언젠가 불펜 뎁스가 필요할 것이다. 당장 활용하기 보다는 2~3달 이후를 생각했다. 2군에서 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1군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동기부여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영수 코치, 김현욱 코치와 함께 몸을 다시 만들고 구속도 끌어올리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역시도 롯데는 “고향팀에 다시 오는 요소도 동기부여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고 이 부분도 감안했다”라고 강조했다.
봄의 기세로 선두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이 기세를 잇고 버티기 위해 퓨처스리그 4할타자까지 포기하면서 좌완 불펜 뎁스를 강화시켰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