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가 야구의 교본이 되고 있다.
KT 위즈의 천재타자 강백호(23)는 지난 3월 WBC 대회에서 이강철 감독과 대표팀에게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7회 한 점차로 뒤진 가운데 1사후 2루타를 터트렸다.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했다. 상대 유격수가 잽싸게 태크했고 비디오판독 결과 아웃판정을 받았다. 이 플레이 하나로 추격의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바로 다음타석에서 양의지의 안타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통터지는 본헤드 플레이였다. 결국 반드시 이겨야 하는 호주에게 패했다. 한국은 세 대회 연속 예선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둔 이강철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거센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었다.
강백호는 작년 성적이면 대표팀 발탁이 어려웠다. 부상을 당한데다 2할4푼5리, 6홈런, 28타점, OPS 0.683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를 선택했다. 작년의 부진이 일시적이었고 태극마크를 달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천재타자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스승의 믿음을 뒤엎는 초유의 세리머니 아웃이 나왔다.
강백호는 사과했다.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기대해주신 팬들에게 실망을 드려서, 또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스러웠다”라며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로서 성장하고, 사람으로서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개막 이후 1루수에서 다시 외야수로 돌아갔다. 개막 초반 화끈한 타격과 진중한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타격슬럼프에 빠지면서 주춤했다. 4월 타율 2할8푼, 4홈런, 13타점, 18득점을 기록했다. 5월에는 2할7푼5리, 1홈런, 6타점, 6득점에 그치고 있다. 간판타자다운 성적표는 아니었다.
급기야 18일 잠실 LG전에서 해서는 안되는 본헤드 수비를 했다. 5회말 3-2로 앞선 가운데 무사 1루에서 김현수의 안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2루수에게 아리랑 송구를 했다. 3루까지 도달한 LG 박해민이 강백호의 느슨한 송구 동작을 보고 곧바로 홈에 질주해 동점을 올렸다. 크게 흔들린 선발 고영표는 추가 4실점하며 승기를 건넸다.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과 아리랑 송구는 초등 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다. 기본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플레이였다. 어떻게 2루타를 친 주자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베이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심 그 자체였다.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플레이였다.
아리랑 송구도 틈만 보이면 파고드는 발빠른 주자 박해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3루까지 가면 됐지, 설마 홈까지 파고들까?' 라는 순간의 방심이 어이없는 아리랑 송구로 이어졌다. 볼을 잡자마자 빠르게 픽업맨에게 송구를 하는 기본의 기본도 망각했다. 강백호의 본헤드 플레이는 야구교본의 절대 해서는 안될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다. 더 이상 본헤드 항목을 추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