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가 KBO리그에 빠르게 연착륙하고 있다.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성공을 논하기에 이르지만 2경기에서 9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00으로 안정적이다.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에서 당초 예정된 투구수 70개보다 1개 더 많은 공을 던지며 5이닝을 순식간에 삭제했다. 직구 구속도 최고 151km, 평균 150km로 빠르지만 투구 템포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포수에게 공을 받자마자 바로바로 투구에 들어가며 타자들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투구 사이 간격인 인터벌이 가장 짧은 투수로는 안영명(39)이 유명했다. 지난 2003년 한화에 입단한 뒤 2022년 KT에서 은퇴한 안영명은 선발과 구원 보직을 가리지 않은 전천후 투수로 ‘초고속 인터벌’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멈춤 동작이 없는 것처럼 보여 심판에게 보크 판정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난 2015년 여름부터 인터벌을 최대한 짧게 하며 빠른 투구 템포로 변화한 안영명은 “수비하는 야수들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마음에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며 “타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도 있고, 스스로도 생각이 없는 무념 상태에서 던지는 것이 집중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에도 팬들에게 시원시원한 투수로 이미지가 남아있다.
이런 안영명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산체스의 투구 템포도 무척 빠르다. 불필요한 동작으로 시간을 끌지 않는다. 산체스 스스로도 “항상 빠른 리듬으로 공을 던진다. 이렇게 빠르게 던지는 게 커리어에도 도움이 됐다. 타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맞으면 맞았지 볼질하면서 (경기가) 늘어질 것 같진 않다. 투구 템포가 빠르다 보니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며 “산첸스는 그게 습관이 돼 있다. 느린 투수들에게 저렇게 빨리 하라고 연습을 시켜도 자기들이 숨차서 안 된다. 투수 호흡에도 영향이 있다”며 단기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믿었던 1선발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 2⅔이닝 60구 만에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한화는 급하게 대체 선수를 찾아 산체스를 데려왔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1시즌 3경기(5⅓이닝)가 전부로 커리어가 화려한 투수는 아니지만 마이너리그 선발 경험이 풍부하고, 꾸준한 이닝 소화력을 한화가 주목했다.
최원호 감독은 “미국에서 볼 때는 고만고만한 스피드에 볼도 깨끗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기준에선 괜찮다. 예전에 뛴 SK 앙헬 산체스, LG 레다메스 리즈도 그랬다. 산체스는 140km대 후반을 던지는 좌완으로 제구도 있다. 2경기밖에 안 해서 조금 더 봐야겠지만 좋게 본다. 나이도 젊으니 나름 야망이 있을 것이다. 여기를 찍고 다음 플랜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도 산체스가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은퇴한 에릭 테임즈와 조쉬 린드블럼부터 현역 빅리거인 메릴 켈리(애리조나),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등 KBO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간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아직 26세에 불과한 산체스에게 한국은 기회와 성장의 땅이 될 수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