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정후’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롯데 신인 외야수 김민석(19)의 5월 기세가 날이 더워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를 향한 롯데팬들의 관심과 사랑과 급속도로 커졌다.
김민석은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롯데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6일 한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3안타 경기로 5월에만 벌써 3번째. 화끈한 몰아치기로 롯데 타선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다.
그 전날(17일) 허벅지에 타이트함을 느껴 하루 휴식을 갖고 18일 한화전에 나선 김민석은 1회 첫 타석부터 선두타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의 4구째 한가운데 높게 들어온 135km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데뷔 첫 마수걸이 홈런.
경기 후 김민석은 “고교 때 홈런을 치고 나서 거의 1년이 걸린 것 같다. 경기 전 연습할 때부터 외야 플라이를 위해 다리를 들고 치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첫 타석부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홈런이 아닌 줄 알고 2루까지 전력으로 뛰었다. 상대 우익수가 수비를 하다 포기하는 것을 보고 넘어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홈런공을 주운 팬에게 자신과 선배들의 사인볼 5개를 주고 돌려받은 김민석은 “첫 안타 공 옆에다 놔둘 것이다”며 기뻐했다.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휘문고 선배 이정후 못지않은 타격 재능으로 주목받은 김민석은 올해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4월 19경기 타율 1할9푼6리(56타수 11안타) OPS .482로 적응기를 보낸 뒤 5월 10경기 타율 3할7푼8리(37타수 14안타) OPS .939로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19살이라고 보기 어려운 야구 선수의 본능을 갖고 있다. 타격, 수비, 주루 모두 25살 이상 선수처럼 성숙하게 플레이한다”며 “배움이 빠른 선수인데 야구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인 조정 능력까지 뛰어나다”고 김민석을 칭찬했다.
김민석은 5월 활약에 대해 “잘 먹고, 잘 자면서 항상 코치님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병규 타격코치님과 백어진 런프로덕션코치님이 타격폼과 투수 구종을 잘 알려주신 덕분이다”고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훤칠한 외모에 야구도 잘하는 김민석의 스타성을 롯데팬들도 떡잎부터 알아봤다. 성적만 내면 KBO리그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롯데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벌써 유니폼 판매 1위 선수로 등극했다. 4월에는 전준우, 한동희에 이어 3위였는데 5월 맹활약과 함께 김민석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며 팀 내 1위로 올라섰다.
김민석은 “친구들이 알려줘서 봤는데 놀랐다. 팬분들께 감사하다. 제 유니폼 사신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그라운드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야구장 밖에서도 팬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부산 사직구장 근처 식당에서 김민석을 알아보고 밥값을 결제해주는 팬들도 많다고.
시즌 전체 성적도 29경기 타율 2할6푼9리(93타수 25안타) 1홈런 12타점 5도루 OPS .664로 올랐다. 5월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다. 롯데의 마지막 신인왕은 지난 1992년 투수 염종석으로 무려 31년 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해이기도 하다.
김민석은 “신인왕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일단 우리 팀이 잘해야 신인왕 자격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팀이 잘하면 개개인들의 성적도 좋아진다. 제 할 일만 잘하면 결과는 하늘에서 알아서 결정지어줄 것이다”며 의젓한 대답을 내놓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