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 내야수 문현빈(19)은 전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무척 아낀 선수 중 하나였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이지만 주전 정은원과 자리가 겹치다 보니 수베로 감독은 시즌 전부터 문현빈을 “어느 한 군데로 국한짓지 않겠다”며 내외야 멀티 활용을 예고했다. 유격수뿐만 아니라 중견수까지 넘나들며 ‘센터라인 유틸리티’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1군 개막 엔트리에 든 문현빈은 중견수 수비도 곧잘 하면서 수베로 감독에게 신뢰를 얻었다. 지난달 28일 수베로 감독은 “문현빈이 어린 나이에도 여러 포지션에서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전문 외야수가 아니지만 팀을 위해 외야로도 나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2루와 유격수까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여러 자리에서 묵묵하게 맡은 바 임무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수베로 감독이 경질된 지난 11일까지 문현빈은 팀의 31경기 중 27경기를 출장했고, 그 중 18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중견수로 10경기, 유격수로 5경기, 2루수로 2경기 선발출장했다. 지명타자 1경기까지 포함해 수베로 감독은 문현빈을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했다.
수베로 감독이 물러난 뒤 최원호 신임 감독 체제에서 문현빈의 출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최원호 감독이 맡은 뒤 6경기에서 5경기를 뛰었지만 선발은 없었다. 대주자, 대타, 대수비로 교체출장만 했다. 수비는 외야를 보지 않고 2루수, 유격수 내야만 보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부임 후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문현빈이 내야에 집중할 수 있는 쪽으로 육성 방향을 잡았다. 최 감독은 “문현빈은 타격에 재능 있는 선수다. 타격이 터져야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다.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북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화에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입단한 우투좌타 문현빈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남다른 재능과 눈빛을 보이며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신인답지 않은 컨택과 선구안으로 임팩트 있는 타격도 선보였지만 32경기 타율 1할9푼5리(77타수 15안타) 8타점 5볼넷 15삼진 출루율 .244 장타율 .260 OPS .504로 타격 성적이 좋지 않다. 붙박이 주전이 아니고, 수비 포지션이 고정되지 않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
최 감독은 “문현빈의 타격 성장을 위해선 수비 포지션도 어느 정도 아우트라인을 정해줘야 한다. 내야, 외야 다 하면 수비 연습도 반반밖에 못한다. 유격수, 2루까지 하면 3분의 1밖에 못한다. 그보다 한쪽에 집중하는 게 좋다. 2루를 메인으로 하고, 서브로 유격수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의 2루는 정은원이 붙박이로 뛰고 있고, 유격수 자리에는 오선진과 박정현이 있다. 중견수 겸업이 아니면 문현빈이 1군에서 뛸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런 팀 구성을 감안해 최 감독은 문현빈의 2군행을 고려 중이다. 백업으로 1군에 있는 것보다 2군에 내려가 퓨처스리그 경기를 풀타임으로 많이 뛰는 게 장기적으로 선수 성장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백업이 아니라 주전으로 커야 할 핵심, 코어 선수이기 때문에 고정된 포지션에서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 감독은 “계속 이렇게 1군에 놔두는 게 나을지, 아니면 2군 가서 경기를 뛰게 하는 게 나을지 코치님들과 의논 중이다. 이번 주까지는 1군에 데리고 있으면서 상황을 보고 고민한 뒤 결정하겠다. 문현빈이라는 선수의 앞날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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