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세리머니사(死)를 당하며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불과 2개월 전이다. 당시 “보여드려선 안 될 플레이였다. 선수로서 성장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이는 허언이었다. 2개월 만에 또 다시 안일하고도 황당한 플레이로 실망을 안기며 소속팀 KT에 민폐를 끼쳤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5번째 맞대결. KT는 3-2로 근소하게 앞선 5회말 선발 고영표가 선두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후속 김현수를 만나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우익수 강백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잡은 가운데 1루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지나 3루에 도착했다.
무사 1, 3루 상황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박해민의 득점이었다. 강백호는 박해민이 3루에서 멈출 것이라 예상했는지 타구를 잡고 천천히 걸어 나오다가 2루수 장준원을 향해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송구를 했다. 그 틈을 타 박해민이 홈을 밟은 것. 뒤늦게 강백호의 아리랑 송구를 받은 장준원이 홈을 바라봤지만 이미 박해민이 득점한 뒤였다. 뼈아픈 3-3 동점이었다.
강백호의 안일한 플레이로 팀 사기는 급격히 저하됐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선수는 마운드에 있던 고영표였다. 곧바로 오스틴 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오지환의 2루타, 문보경의 자동고의4구로 계속된 1사 만루서 박동원에 3타점 역전 2루타, 이재원에 1타점 적시타를 잇따라 헌납했다. 이후 김민성의 안타로 계속된 위기서 박해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주권과 씁쓸히 교체됐다. KT는 5-9로 패배.
공교롭게도 또 논란의 중심에 강백호가 섰다. 불과 2개월만이다. 강백호는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프로답지 않은 본헤드플레이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 후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호주전을 벤치에서 출발한 강백호는 4-5로 뒤진 7회 1사 후 최정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이후 2B-0S에서 호주 투수 워윅 서폴드의 3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2루타로 연결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판독 끝 발이 떨어진 순간 태그가 이뤄진 게 확인되며 이름도 생소한 세리머니사를 당했다. 후속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에 강백호의 실수를 향한 아쉬움과 질책은 더욱 커졌고, 호주전을 내준 한국은 2승 2패로 1라운드 탈락했다.
강백호는 당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기대해주신 팬들에게 실망을 드려서, 또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스러웠다”라며 “많은 분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로서 성장하고, 사람으로서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안일한 플레이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18일 경기는 어땠나. 팀이 열흘 가까이 꼴찌에 머무르며 그 어느 때보다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가 필요했다. 아울러 누상에 주자가 2명이나 있었기에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됐지만 후속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 후 아리랑 송구하며 대참사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선수로서 성숙해지겠다는 약속은 불과 두 달 만에 허언이 됐다. 대신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로 개인과 팀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이쯤 되면 ‘왜 또 강백호가 그랬나’라는 의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듯하다. 그냥 강백호라서 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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