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은 사치, 연패스토퍼는 언감생심이다. 시즌 전 큰 기대를 모았던 KT 외국인 원투펀치가 끝없는 부진 속 민폐 듀오가 됐다.
KT 위즈의 한 달만의 연승 도전이 허무하게 무산됐다. 선취점을 뽑고도 큰돈을 들여 데려온 외국인투수가 흔들리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9위 한화와의 승차는 2.5경기 차로 벌어졌고, 다시 승률 3할 붕괴 위기가 찾아왔다.
보 슐서(29·KT)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시즌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 5볼넷 3탈삼진 5실점 난조로 시즌 5패(1승)째를 당했다.
경기 초반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1점의 리드를 안은 1회 1사 후 박해민의 번트안타에 이어 견제사와 김현수의 우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고, 2-0으로 리드한 2회 오지환과 박동원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이재원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다시 박해민의 안타로 맞이한 3회 2사 1루 또한 김현수를 3구 삼진 처리하며 잘 극복했다.
여전히 2-0으로 앞선 4회가 악몽이었다. 오스틴 딘의 안타, 오지환의 볼넷으로 처한 무사 1, 2루서 문보경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후 박동원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를 자초했고, 이재원을 만나 초구에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헌납했다.
슐서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김민성의 희생번트로 계속된 1사 3루에서 홍창기 상대 또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4회에만 대거 5점을 내줬다.
2-5로 뒤진 5회 또한 위기였다. 1사 후 문보경, 박동원의 연속안타, 이재원의 자동고의4구로 다시 만루에 직면한 슐서. 이후 김민성을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마쳤지만 이미 5점을 내준 뒤였다.
슐서는 2-5로 끌려가던 6회 주권과 교체되며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96개. 16일 모처럼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2연패를 끊은 KT는 이튿날 외국인 선발의 부진으로 또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그렇게 시즌 10승 2무 23패(승률 .303) 최하위가 됐다.
올 시즌 SSG, LG와 함께 3강으로 꼽힌 KT의 예상치 못한 부진. 그 뒤에는 외국인투수 듀오의 지분이 제법 있다. 대체 외인 성공신화를 쓴 웨스 벤자민이 총액 130만 달러(약 17억 원)에 재계약했고, 슐서 또한 총액 74만 달러(약 10억 원)에 새 외인투수가 됐지만 외인투수가 아닌 4~5선발급 투구로 이강철 감독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배신은 뉴 에이스 벤자민의 난조다. LG와의 개막전 6이닝 1실점(비자책) 승리 때만 해도 “공이 너무 좋아서 문제”라는 호평이 이어졌지만 그 이후 급격히 슬럼프에 빠지며 5점대 평균자책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잠실 LG전 승리 또한 타선 도움으로 6이닝 5실점(1자책) 부진이 지워졌다. 벤자민의 시즌 기록은 8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5.06.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모습이다.
2선발 슐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그 또한 외국인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시즌 7경기에 등판한 가운데 1승 5패 평균자책점이 5.18에 달한다. 4월 16일 수원 한화전 이후 5경기 연속 무승 및 4연패를 당했고, 퀄리티스타트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피안타율 또한 .325로 높은 편. 이에 17일 경기서 이강철 감독이 선수의 볼배합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변화를 줬지만 반전은 없었다.
KT의 최근 22경기 성적은 3승 1무 18패 승률 .143. 공교롭게도 4월 20일 벤자민의 부진으로 3연승이 끊기며 연패가 시작됐고, 이후 두 선수의 잇따른 난조로 깊은 연패에 빠져들었다. 외국인투수로 분위기를 바꾸고 상승세를 잇는 다른 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토종 선발의 책임도 있지만 벤자민, 슐서는 무조건 원투펀치 역할을 해야 하는 ‘용병’이다.
둘이 합쳐 204만 달러(약 27억 원)를 받은 외인 듀오의 평균자책점이 5.12(82⅔이닝 47자책)에 달한다. KT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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