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패했지만 작은 희망이 보였다.
삼성은 지난 17일 대구 KIA전에서 6-7로 패했다. 지난 13일 대구 LG전 이후 4연패. 삼성은 패색이 짙은 9회 거센 추격전을 벌였다. 3-7로 끌려갔으나 1점 차 턱밑까지 따라붙으며 KIA를 긴장하게 했다.
추격전의 서막을 올린 건 오재일이었다. 끝모를 부진에 시달리며 시즌 첫 8번 타순에 배치된 그는 9회 선두 타자로 나섰다. 상대 투수는 타이거즈 최초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은 정해영.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오재일은 대주자 김영웅과 교체됐다.
안주형의 2루 땅볼 때 김영웅은 2루에서 아웃. 곧이어 김지찬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베이스를 채워 나갔다. 이재현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박찬호가 놓쳤고 3루 주자 안주형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곧이어 호세 피렐라가 중전 안타를 때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6-7.
승리의 기운이 삼성 쪽으로 향하는 듯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극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자칫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 경기에서 마지막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특히 오재일이 긴 침묵을 깨는 안타를 날린 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진만 감독은 "오재일도 20년 가까이 뛰면서 슬로 스타터라는 표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큰 문제가 없는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오재일은 결국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다. 중요할 때 큰 거 하나씩 터뜨리고 있다. 오재일 스스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거다.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도 도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패색이 짙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끈질긴 승부를 펼친 삼성. 이 기세를 18일 경기에서도 이어간다면 지긋지긋한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