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홀드왕 정우영(LG)이 또 고개 숙였다. 운이 없었다. 포수는 패스트볼로 도와주지 못했고, 빗맞은 타구는 싹쓸이 2루타가 됐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경기. 경기 초반부터 난타전이었다. LG는 1회 4점을 뽑아 달아났고, KT는 3회 5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문상철이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LG는 4회 이재원이 동점 솔로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KT는 5회 1사 후 볼넷, 안타,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LG 벤치는 김진성을 내리고, 정우영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주무기 투심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실점을 막고자 했다.
장성우 타석에서 정우영의 초구 바깥쪽 투심을 포수 김기연이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렸다. 정우영의 투심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김기연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 3루 주자가 득점, 1사 2,3루가 됐다.
정우영은 홍현빈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고서 볼넷을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볼넷이 뼈아팠다. 2사 만루에서 박경수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3구째 몸쪽으로 붙은 투심을 던졌는데, 박경수는 가까스로 배트에 맞혔다. 타구는 3루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가 파울라인 안쪽 페어지역에 떨어졌다. 그리곤 파울지역으로 천천히 데굴데굴 굴러가는 바람에 좌익수가 달려와 잡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
2사 만루에서 주자들은 딱 소리와 함께 스타트를 끊었고, 1루 주자까지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3타점 2루타. KT는 9-5로 달아났다. KT에 행운이 섞인 결정적인 적시타였다. 정우영에겐 불운이 겹쳤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5.93으로 부진하다. 느린 슬라이드 스텝의 수정하는 투구폼 교정, 투심 외에 결정구로 스플리터를 익히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만큼 볼끝이 변화무쌍한 투심을 던지지 못하고 있고,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제구에 기복이 있다. 게다가 16일 경기처럼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등 잘 풀리지 않는 상황도 잦다. 투수로선 맥 빠지는 안타. 정우영이 언제쯤 위력적인 구위를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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