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어느덧 35경기를 치렀지만 새 외국인타자의 타율이 2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또 간간이 장타를 때려내며 홈런 부문 공동 4위(6개)에 올라 있다. 이승엽 감독은 “예상할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안타왕’ 호세 페르난데스와 결별한 두산은 작년 10월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들여 호세 로하스를 데려왔다. 금액에서도 알 수 있듯 새 구를 향한 기대감은 컸다. 일단은 과거 커리어가 그의 높은 몸값을 대변했다. 로하스는 2021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시즌 통산 83경기를 뛰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535경기 타율 2할8푼6리 92홈런 365타점 OPS .850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아울러 두산 구단은 로하스 영입 당시 “안정적인 타격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하다. 또 변화구 헛스윙 비율이 평균보다 낮으며 타구 분포가 다양한 스프레이히터 유형”이라고 그의 선구안과 컨택 능력에 주목했다. 타율 3할4푼1리 4홈런을 기록 중인 LG 새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과 비슷한 모습을 기대했던 두산이었다.
실제로 로하스는 호주 스프링캠프서 빠른 적응과 함께 공격과 수비 훈련에서 연일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도 11경기 타율 4할(30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였고, 개막전에서 연장 끝내기홈런을 비롯해 6타수 2안타 5타점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그 때만 해도 두산의 로하스 영입은 신의 한 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개막 후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기록은 실망 그 자체다.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105타수 21안타) 6홈런 16타점 OPS .713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득점권 타율 또한 2할3푼1리에 머물러 있고, 볼넷을 12개 골라낸 반면 삼진을 26개나 당했다. 출루율은 .294다. 4월 한 달을 타율 1할7푼6리로 마친 뒤 5월 들어 타율 2할5푼8리를 기록 중이지만 그의 신분은 외국인타자다. 모든 타격 지표를 지금보다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KBO리그 역대 홈런 1위의 이승엽 감독은 “스윙이 많이 커졌다. 성적이 안 나니까 마음이 급해지고 여유가 없어졌을 것이다. 너무 강하게 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원래 공을 잘 보는 선수인데 선구안마저 안 좋아졌다. 몸쪽 하이패스트볼 헛스윙 비율이 높다. 약점이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타격파트에서 계속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안 나와 답답할 것이다. 물론 선수의 의지는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간간이 터지는 홈런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LG 박동원(10개), 한화 노시환(8개), 두산 양석환(7개)에 이은 홈런 부문 공동 4위(6개)이며, 6개 가운데 3개가 득점권에서 터졌다. 지난 12일 잠실 KIA전에서는 추가 득점이 필요한 순간 솔로홈런으로 승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다만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기대했던 선수가 타율 2할에 홈런 6개를 치고 있으니 이 또한 미스터리다.
이 감독은 “예상할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하스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라고 한숨 섞인 웃음을 지으며 “로하스가 빨리 정상 궤도로 올라서야 타선이 강해진다. 외국인선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또 KIA전처럼 홈런이 나와주면 팀이 큰 힘을 받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를 향한 믿음은 굳건하다. 시즌 도중 딱히 대안을 찾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일단은 로하스의 능력을 계속 믿어본다는 입장이다. 로하스는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이 감독은 “145km 이상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하거나 참거나 둘 중 하나다. 본인 스스로 잘 이겨내야 한다”라며 “지금 현재로서는 당연히 써야 한다. 또 로하스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최상의 타선을 꾸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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