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저녁 9시 무렵이다. 슬슬 타 구장 소식이 궁금하다. 창원에서는 다이노스가 랜더스를 앞서고 있다. 선두 복귀의 기회다. 그러나 스코어가 불안하다. 겨우 1-0 리드다. (16일 대전, 롯데-한화전)
아니나 다를까. 살얼음이 깨진다. 이글스 파크에 육성 응원이 우렁찬 8회 말이다. 김원중의 조기 투입도 별수없다. 2사 후, 정은원의 적시타가 터졌다. 1-1 동점. 도로 아미타불이다.
하지만 우주의 기운이 갈매기를 버리지 않는다. 10회 초. 노 검사의 타구가 까마득히 솟아오른다. 우측 폴 쪽으로 아슬아슬하다. 마치 칼튼 피스크가 펜웨이 파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강렬한 염원이 “안으로, 안으로”를 외친다. 그리고 타구는 더 이상 휘어지지 않는다. 결승 2점 홈런이다.
롯데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두 번째다. 처음은 지난달 30일이었다. 8연승으로 맨 앞자리까지 뛰쳐나갔다. 2017년 이후 2209일 만이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렀다. 그러고는 줄곧 2위에서 버텼다. 결국 2주 만에 고지를 탈환한 셈이다.
순위표에 특이한 숫자가 보인다. 게임차에 등장하는 마이너스(-) 표시다. 1위 자이언츠와 2위 랜더스. 둘 간의 승차가 -0.5로 표시된다. 뭐, 간혹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흔한 경우는 아니다. 요즘 말로 괴랄한 현상이다.
KBO의 순위는 승률이 기준이다. 승수를 게임수(무승부 제외)로 나눈 수치다. 여기에 따라 롯데(0.645)가 SSG(0.639)를 앞서 1위가 된다.
그 옆에 따라다니는 숫자가 ‘게임차’다. 또는 ‘승차’라고도 부른다. 이건 간격을 나타낸다. 두 팀 간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 지를 알려준다. 그러니까 A팀이 3연승하고, B팀이 3연패 했을 경우 동일선상이 되면 게임차는 3.0이 된다.
계산하는 공식이 따로 있다. [(상위팀 승리-패배)-(하위팀 승리-패배)]÷2=게임차.
KBO 순위표는 1위가 기준이다. 한화의 게임차가 9라는 것은 롯데와 차이가 그 정도라는 말이다. 보통은 양수(+)로 나타난다. 그런데 마이너스도 종종 생긴다. 승률은 낮지만, 승패 숫자는 밀리지 않는 경우다. 게임수의 차이 때문이다.
롯데는 10개 팀 중에 가장 적은 31경기를 소화했다. 반면 SSG는 37게임이나 치렀다. 그러면서 이례적인 마이너스 승차가 생기게 됐다.
순위표에 음수(-)가 등장한 것은 5월 초다. 며칠 동안 내린 비 때문에 취소되는 경기가 늘어났다. 어린이날 시리즈 마지막 날(5월 7일)을 마친 뒤다. 롯데는 1위 SSG에 2.0 게임 뒤진 2위였다. 그런데 3위 LG와 SSG의 승차는 1.5였다. 그러니까 2위 롯데와 3위 LG의 게임차는 -0.5가 된 셈이다.
이후 열흘 가까이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 급기야 1위에 오르며, 이번에는 2위와 그런 관계가 된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모든 팀의 경기수가 144로 같다. 때문에 이런 경우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승부 숫자가 영향을 끼치는 예외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중간 순위일 뿐이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 그런 것만도 아니다. 어쨌든 기분 문제 아니겠나. 오랜 기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벼르고 벼른 새 시즌이다. 3등보다는 2등이 낫고, 2등보다는 1등이 즐겁다. 그래야 없던 기운도 생기고, 신바람에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이 무렵 사직동의 금기어가 있다. ‘봄데’라는 못된 말이다. 괜히 절기까지 따져보게 된다. 올해 입하(立夏)가 언제였더라. 양력으로 5월 6일이었다.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다. 갈매기들이 노심초사할 날이다.
그러나 상기하시라. 마법 같은 숫자(기호)가 나타났다. 그 날이 5월 7일이다. 바로 입하 다음날이다. 홀연히 등장한 ‘마이너스’다. 벌써 며칠째. 그들을 떠받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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