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주전 2루수 정은원(23)은 지난 14일 문학 SSG전에서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3회초 1사 1,2루에서 기습적으로 3루를 노렸으나 도루 실패로 끝났고, 3회말 시작 전 대수비 문현빈으로 교체돼 빠졌다.
정은원은 지난 7일 대전 KT전에서 5회 1사 1,2루에서 상대 허를 찔러 3루 도루에 성공한 바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팀을 이끌 때였다. 일주일 만에 다시 3루 도루 감행했으나 결과는 달랐고, 새로운 사령탑이 된 최원호(51) 감독은 정은원을 즉시 교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16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정은원 교체와 관련해 “수베로 감독님이 계실 때는 (선수들에게) 아웃이 되더라도 상황에 관계없이 뛸 수 있는 그린 라이트를 주셨다. 상황과 무관하게 스타트가 괜찮으면 뛰었지만 1군 경기에선 뛰어야 할 상황이 있고, 안 되는 상황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11일 밤에 퓨처스 감독에서 1군 감독으로 승격된 최 감독은 다음날 선수단과 미팅을 통해 이 부분을 주지시켰다. ‘뛰어도 좋다’는 벤치 사인이 갔을 때만 그린 라이트를 하고, ‘뛰지 말라’는 사인이 가면 뛰지 달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정은원 교체 당시에는 ‘뛰지 말라’는 사인이 갔다. 고동진 3루 베이스코치를 통해 전달했지만 정은원은 3루로 뛰었다. 의욕적으로 하는 건 좋지만 벤치 사인을 거부한 모양새가 됐으니 문책성 교체는 피할 수 없었다.
최 감독도 정은원의 하고자 하는 의욕, 열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은 눈앞의 것만 본다. 스타트가 되면 1,3루가 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며 정은원을 이해한 뒤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는 전체 운영을 생각해야 한다. 앞선 이닝 때 SSG가 득점을 했지만 견제사로 이닝이 끝났다. 좋은 흐름으로 우리가 이닝을 시작했고, 상위 타선에서 김광현 상대로 찬스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 4번타자(채은성) 앞에 1,2루 찬스가 걸렸는데 뛰어서 죽으면 흐름이 바뀐다. 2~3이닝 그냥 훅 흘러간다. 실제로 2~3이닝이 이렇다 할 찬스 없이 흘러갔다”고 되돌아봤다.
0-2로 뒤진 경기 상황이나 흐름을 봤을 때 정은원의 3루 도루는 무모한 시도였다. 최 감독은 “우리 타선을 볼 때 노시환과 채은성 앞에 정말 100% 확실하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도루를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다. 노시환과 채은성이 해결 못하면 쉽지 않다. 이 선수들이 타석에 있을 때 조금 더 안정적인 주루를 해야 한다”면서 “정은원과도 클리닝 타임 때 왜 뛰지 말라고 했는지 설명했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선 성적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 운영했고, 선수들은 실패해도 좋으니 누상에서 과감하게 움직여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얼마 전 정은원은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칭찬받기도 했다. 지난 2년간 몸에 밴 야구를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바꾸긴 쉽지 않지만 최 감독은 정은원 교체를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단순한 문책성 교체라기보다 선수단 전체를 향한 메시지였다. 이기는 야구 셋업을 위해선 이제 선수들도 조금 더 흐름을 읽고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그렇다고 노시환, 채은성 앞에서 무조건 도루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4일 SSG전은 9회 2사 1루에서 1루 주자 유로결이 채은성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성공했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상대 투수 서진용이 1루 주자를 신경쓰지 않고 (슬라이드 스텝이) 1초5에서 1초7까지 걸렸다. 그런 상황에선 도루를 안 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