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너끈…트윈스가 든든하고 흐뭇한 한 컷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5.16 08: 3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주말이다. 트윈스가 대구 출장을 다녀왔다. 3연전 첫 날(12일)의 일이다. 경기 전 덕아웃 앞이 소란하다. 신참 2명이 집합했다. 선배들 앞에서 부동자세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그러나 오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마시라. 사실 집합 당한(?) 쪽이 선배다. 후배들의 장난이다. 어느 틈에 카메라도 등장한다. 유튜브 채널 LGTWINSTV가 올린 컨텐트, ‘숨 막히는 키 대결’ 편이다.
일을 꾸민 공범은 정우영(23)과 이재원(23)이다. 하필 193cm, 192cm의 장신들이다. 집합 당한 두 명은 문성주(25)와 박명근(19)이다. 누구 더 큰가, 과학적 검증을 위해서다. “유튜브 각 만들려고, 또.” 정우영이 카메라를 보며 플레이볼을 선언한다.

SPOTV 중계화면

각자 뒤로 돌앗. 뒷머리를 맞댄다. 막상막하. 치열하다. ‘*** 키재기?’ 섣부른 속담은 떠올리지 마시라. 당사자들 언짢다. 여하튼 몰려든 판정단의 심사가 까다롭다. “성주형, 다리 오무려요.” 정우영이 부정행위에 경고를 날린다.
김기연 “근데 어깨는 명근이가 더 높은 것 같아.”
김윤식 “다리는 성주형이 조금 더 길어요.”
치열한 논쟁 끝에 우열이 가려졌다. 문성주의 판정승이다. 훤칠하게 1cm나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필에는 둘 다 174cm로 돼있다.) 승자의 어깨가 올라간다. 패자를 다독인다. 카메라를 보며 그 동안 담아뒀던 한을 꺼낸다. “아, 저 172cm인데, 팬들이 계속 160cm 중후반이라고….” 많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유튜브 채널 LGTWINSTV
Winner Takes All.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패자의 얘기다.
‘숨 막히는 키 대결’ 이틀 후다. 그러니까 14일 라이온즈 전(대구)이다. 초반 1-5의 열세가 뒤집혔다. 스코어 6-5. 한 점차로 ‘숨 막히는’ 7회 말이다.
느낌이 탁 온다. 여기가 이 게임의 승부처다. 일단 원정 팀 타순이 만만치 않다. 2~4번으로 이어진다. 이걸 못 넘기면 고생길이 훤하다. 마침 선발(애덤 플럿코)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제 필승조가 나설 차례다.
불펜 문이 열린다. 누군가 당차게 달려나간다. 숨 막히는 대결의 아쉬운 패자다. 불과 19살. 프로필 신장 174cm의 사이드암이다. 2번 강한울, 3번 호세 피렐라를 모두 2루 땅볼로 잡아낸다. 그리고 구자욱과 마주선다.
KBO리그 정상급 좌타자다. 속칭 옆구리 투수가 함부로 승부할 레벨이 아니다. 적어도 상식은 그렇다. 하지만 홈 팀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진다. 패스트볼(148㎞) 2개에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헛 스윙, 삼진 아웃. 7회가 지워진다. 승부의 무게 추가 기울었다.
아시다시피 박명근은 ‘최강야구’가 배출한 스타다. 출연 당시 이미 모두가 놀랐다. 번개같은 팔 스윙, 폭발적인 릴리스. 레그 킥(한쪽 다리를 들고 치는) 하는 타자는 타이밍 잡기 어렵다. 구자욱도 마찬가지다. ‘이게 뭐지?’ 마지막 헛스윙 후에는 그런 표정이 역력하다.
OSEN DB
염갈량의 개막 초반은 녹록치 않았다. 괜찮은 승률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잦은 작전 실패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의 문제 탓이다.
반면 무시못할 성과도 있다. 가장 뚜렷한 것이 박명근의 발굴일 것이다. 히어로즈 전(10일) 때의 얘기다. 19세 투수를 이정후와 맞대결시켰다(중견수 플라이).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정후를 이겨내며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다. 이제는 신인왕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 그의 목표임과 동시에 감독인 내 목표다.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염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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