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MVP 2회 수상에 빛나는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31·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분노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 제이크 버드(28)의 도발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콜로라도전. 7회초 이닝을 마무리한 콜로라도 투수 버드가 필라델피아의 3루 덕아웃을 바라보며 신경전을 벌였다. 글러브를 두드리면서 박수를 치며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에 하퍼가 흥분한 채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버드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갔다.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잔뜩 화가 난 하퍼를 온몸으로 뜯어 말리느라 상대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와 필라델피아 선수, 코치들이 애먹었다.
상황이 진정된 뒤 주심을 맡은 라이언 윌스 심파은 하퍼와 버드를 동시에 퇴장시켰다. 이날 하퍼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고, 경기는 콜로라도의 4-0 승리로 끝났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하퍼는 “감정이 올라왔다. 매우 기분 나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순간의 열기가 그랬다. 나와 함께 뛰어나온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반면 버드는 특정 누군가를 향한 외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건 없다. 이닝을 끝내면서 조금 흥분했을 뿐이다. 가끔 마운드에서 감정이 오른다. 필라델피아는 좋은 팀이고, 중요한 순간을 잘 막아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가 퇴장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지만 하퍼는 우리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서로를 위해 싸운다. 동료들을 위해 싸운 하퍼가 자랑스럽다”고 하퍼를 치켜세웠다.
팬들 사이에선 하퍼가 벤치 클리어링 중에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계 영상을 통해 하퍼가 콜로라도 선수들을 향해 “너희들은 패배자 조직이다. 한 명, 한 명 전부 다”라고 외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이날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지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올해도 17승2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 꼴찌에 처진 콜로라도로선 뼈아픈 한마디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