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김서현(19)의 모자에 배번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경질된 수베로 감독, 로사도 투수 코치에 이어 케네디 작전주루 코치의 배번까지 적어 넣었다. 떠나간 그들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케네디, 로사도 외국인 코치까지 모두 물러난 다음날인 지난 12일 인천 SSG전. 김서현은 5-2로 앞선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서현은 마운드 뒤쪽에 손가락으로 숫자 3(수베로 감독의 등번호)과 70(로사도 코치의 등번호)을 적고서 투구 준비를 시작했다. 팀을 떠난 수베로 감독과 로사도 코치를 향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김서현의 모자 옆면에도 3번과 70번을 적혀 있었다. 모자 챙에 적힌 14번은 4월초 다리 골절상을 당한 베테랑 이명기의 배번, 한화 선수들이 이명기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모자에 적어뒀다.
김서현은 선두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으나, 후속 세 타자를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실점없이 승리를 지켰다.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자신을 애지중지 가르쳐 온 감독과 투수코치는 팀을 떠나고 없었다.
14일 인천 SSG전, 김서현은 한화가 7회초 2-2 동점을 만들자 7회말 등판했다. 김서현의 모자에는 케네디 코치의 배번인 88번이 추가돼 있었다. 김서현은 1사 후 연속 안타와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는데, 최지훈과 최주환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없이 막아냈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승리한 뒤 수베로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2021년 11월 한화 구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수베로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에 중도 해임됐다.
수베로 감독이 경질될 당시 한화는 최근 6경기 5승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터라 선수단 안팎으로 충격이 컸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함께 외국인 코치들과의 계약도 해지했다.
한화 구단 수뇌부는 4월을 최하위로 마치자 수베로 감독의 교체로 방향을 잡았다. 2년간의 리빌딩을 끝내고 가시적인 성적을 원하는 프런트는 계속해서 타순, 포지션에서 실험적인 운영을 하는 수베로 감독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단 운영의 방향이 맞지 않아 감독을 경질했고, 최원호 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모그룹에 보고를 하고 최종 재가를 받기까지 며칠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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