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미아가 될 뻔 했던 선수들이 설움을 날리고 있다. NC 외야수 권희동(33)과 키움 투수 정찬헌(33)이 시련의 시간을 딛고 가성비 특급 활약으로 팀에 활력소로 떠올랐다.
권희동과 정찬헌은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가장 마음고생하며 늦게 계약한 선수들이다. 나란히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가 필요한 B등급 선수들이라 운신의 폭이 좁았다. 사인&트레이드도 추진했지만 다른 팀들과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결국 백기를 들고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권희동은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2월28일 NC와 1년 연봉 9000만원, 옵션 3500만원으로 최대 1억2500만원에 계약했다. 정찬헌은 시범경기 중이던 지난 3월27일 키움과 2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최대 2억6000만원 등 총액 8억6000만원에 사인했다.
겨우내 마음고생을 하면서 정상적인 시즌 준비가 어려웠다. 찬바람 맞으며 개인 훈련했지만 바로 1군에서 시즌을 맞이하기엔 무리였다. 두 선수 모두 2군 퓨처스리그에서 예열을 거친 뒤 5월에 나란히 1군 부름을 받았다.
지난 4일 1군에 콜업된 권희동은 6경기에서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 4타점 4볼넷 3삼진 출루율 .615 장타율 .667 OPS 1.282로 무섭게 폭발하고 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1군 콜업 후 6경기 연속 안타로 작심한 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4일 고척 키움전에선 2루타 2개 포함 3안타로 장타까지 터지기 시작했다.
정찬헌도 지난 5일 고척 SSG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패전을 당했지만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11일 잠실 LG전도 6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을 당했지만 역투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평균자책점 1.50으로 안정적이다. 주무기 투심 패스트블로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의 가세로 NC와 키움도 큰 힘을 받고 있다. 타선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NC는 권희동과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의 부상 복귀로 살아났다. 지난주 팀 타율 1위(.315)에 최다 40득점을 올리면서 4승2패를 거뒀다.
키움은 5선발로 기대했던 장재영이 제구 난조를 해소하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갔지만 보험용으로 준비한 정찬헌이 로테이션 구멍을 막았다. 타선 부진으로 8위에 처진 키움이지만 정찬헌의 가세로 마운드는 문제없다.
두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사인&트레이드에 관심 있었던 팀들이 아쉽게 됐다. 이 정도로 두 선수가 잘할 줄 예측하긴 어려웠다. FA 설움을 털고 비상 중인 5할 타자와 1점대 투수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