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천재 타자’ 이정후(25.키움), 강백호(24.KT)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정후는 올 시즌 34경기 타율 2할3푼(139타수 32안타) 3홈런 18타점 18볼넷 14삼진 출루율 .323 장타율 .345 OPS .668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7년 프로 데뷔 후 6년 연속 3할2푼대 이상 타율을 기록한 타격 기계라곤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삼진 비율도 8.9%로 상승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강속구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격폼을 수정했다. 스탠스를 좁히면서 배트를 든 팔의 높이를 낮췄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각오했지만 4월 한 달간 타율 2할1푼8리(87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 OPS .678로 극도의 부진을 보일 줄은 몰랐다.
원래 폼으로 돌아갔지만 한 번 잃은 밸런스를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5월 12경기에도 타율은 2할5푼(52타수 13안타)으로 조금 올랐지만 홈런 없이 5타점 OPS .650으로 눈에 띄는 반등이 없다. 잘 맞은 타구들이 수비 시프트에 걸리면서 심적인 답답함도 커진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타순도 1번으로 앞당겨 더 많은 타석에서 감을 잡을 수 있게 배려했지만 아직은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후의 라이벌로 비교됐던 강백호도 기대 이하의 시즌이다. 올 시즌 31경기 타율 2할6푼3리(118타수 31안타) 5홈런 15타점 17볼넷 27삼진 출루율 .350 장타율 .424 OPS .774로 강백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발가락,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번이나 장기 결장하며 62경기 타율 2할4푼5리(237타수 58안타) 6홈런 29타점 OPS .683으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강백호는 겨우내 체중을 7kg 감량하게 독하게 준비했다. 수비 포지션도 부담이 컸던 1루가 아니라 익숙한 우익수로 돌아갔다.
4월 한 달간 23경기 타율 2할8푼(93타수 26안타) 4홈런 13타점 OPS .795로 출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새끼발가락 부상이 겹친 5월에는 8경기 타율 2할(25타수 5안타) 무홈런 2타점 OPS .695로 주춤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상자 속출로 정상 전력이 아닌 KT는 강백호의 부진 속에 타선 침체가 깊어지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지난 2017~2018년 1년 사이로 데뷔한 이정후와 강백호는 나란히 신인왕을 차지하며 빠르게 KBO리그 대표 타자로 성장했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과 빠른 적응력으로 폭풍 성장했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도 받았다. 지난겨울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대리인 계약한 이정후는 시즌 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강백호도 그 다음 메이저리그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쌓은 커리어가 있긴 하지만 최근 성적은 선수 평가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선수들도 속이 타겠지만 기다리는 팀도 답답하다. 아직 100경기 이상 남았지만 개막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에서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시즌 전 우승 후보였던 KT(9승22패2무)는 10위 최하위로 추락했고, 키움(16승20패)도 8위로 고전을 거듭 중이다. 천재들이 살아나야 팀도 반격이 가능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