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무슨 망할 무승부…12회부터 승부치기해야" 정용진 구단주 일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15 09: 19

지난 14일 문학 한화-SSG전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올 시즌 KBO리그 최장 4시간58분 경기로 시즌 3번째 무승부 경기였다. 
12회 양 팀이 1점씩 주고받으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했지만 결판을 내지 못했다. SSG 구단주를 맡고 있는 정용진(55)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무승부가 무척 아쉬웠던 모양. 
이날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용진 구단주는 “야구에 무슨 망할 무승부냐, 내참 지면 지는 거고 이기면 이기는 거지”라며 “12회부터는 승부치기해야 함. 야구는 원래 무승부가 없는 경기다”라고 적었다. 

SSG 정용진 구단주. /OSEN DB

정 구단주 말대로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는 무승부가 없다. 승부가 날 때까지 끝장 승부를 벌인다. 종종 자정을 넘겨 1박2일 경기가 치러지기도 한다. 메이저리그만의 낭만이다. 경기 시간 줄이기를 위해 혈안이 된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도 무승부 도입만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외적인 무승부는 있었다. 지난 1920년 5월2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브레이브스와 브루클린 다저스 경기는 역대 최장 26회까지 갔는데 당시 조명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시절이라 1-1 동점에서 일몰 콜드로 경기가 끝났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9월30일 시카고 컵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경기가 1-1에서 6회 폭우로 중단된 뒤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는데 추후 양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결정되면서 무승부로 처리됐다. 
반면 KBO리그는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41번의 시즌에 무승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982~1983년은 시간 제한 없이 15회까지 승부했고, 1984~2002년에는 연장 15회를 하되 오후 10시30분이 지나면 새 이닝에 들어가지 못했다. 2003년에는 연장을 12회로 줄이며 시간 제한을 없앴지만 2004년 다시 경기 개시 후 4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3번의 무승부가 나오며 9차전까지 가자 2005년부터는 시간에 관계 없이 연장전은 정규시즌 12회, 포스트시즌 15회까지 치르기로 했다. 이 규정이 현행 규정인데 예외적인 케이스가 두 번 있었다. 
경기 종료 후 SSG 선수단이 무승부에 아쉬워하고 있다. 2023.05.14 /cej@osen.co.kr
2008년 KBO리그는 과감하게 끝장 승부를 도입했다. 그해 2008년 6월12일 목동 KIA-우리(현 키움)전에서 리그 최초로 자정을 넘긴 1박2일 승부가 치러졌다. 오후 6시32분 시작돼 다음날 오전 0시49분에 끝났다. 6회 비로 인해 중단된 55분을 제외해도 5시간22분 경기. 14회 강정호의 끝내기가 나온 우리가 2-1로 승리했다. 
같은 해 9월3일 잠실 한화-두산전에선 리그 역대 최장 18이닝 승부가 펼쳐졌다. 오후 6시31분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0시22분에 종료된 이날 경기에는 양 팀에서 총 38명의 선수들이 출장했다. 18회말 2사 만루에서 한화 안영명이 두산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1-0 두산 승리로 경기 종료. 5시간51분은 당시 기준 최장 시간 경기였다. 이 경기 이후로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피로 누적, 부상 위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커졌고, 장기적인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결국 이듬해부터 끝장 승부는 사라졌다. 
2021년 후반기에는 도쿄올림픽 및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중단 여파로 연장전 없이 9이닝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총 50번의 무승부로 역대 최다 기록이 나온 시즌이었다. 
승패가 없는 무승부는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 김이 빠진다. 정 구단주 말대로 승부치기 도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시즌 때부터 선수 보호를 위해 임시 도입한 연장전 승부치기를 올해부터 영구 도입하기로 했다. 연장 10회부터 무사 2루에서 이닝을 시작한다. 끝장 승부를 유지하면서 빠른 경기 종료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장 이닝 경기는 지난 8일 마이애미 말린스-시카고 컵스전 14회로 3시간49분이 걸렸다. 
[사진] 무승부가 없는 메이저리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KBO 퓨처스리그는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한 연장 승부치기 규정이 올해 정식으로 도입됐다. 정규이닝 종료시 동점인 경우 연장 10회부터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무사 1,2루에서 승부치기를 실시한다. 타자는 이전 이닝 타순부터 타석에 들어서고, 주자는 해당 타석에 들어선 타자보다 선행 타순이었던 선수가 각각 1~2루에 배치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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