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수비 하면 정수빈, 정수빈 하면 수비다.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호수비가 급감했지만 6년 56억 원 FA 계약 3년차를 맞아 공격과 수비 모두 원래 우리가 알던 정수빈으로 돌아왔다.
정수빈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6차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없었지만 안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호수비 2개로 두산 이승엽호의 첫 시리즈 스윕을 견인했다.
정수빈은 이에 앞서 13일 경기서도 호수비를 선보였고, KIA 김종국 감독은 “두산 호수비에 공격이 막혔다. 우리가 친 잘 맞은 타구가 정수빈 등 야수들에게 잡히면서 흐름이 끊긴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1-0으로 앞선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정수빈은 이우성의 좌중간으로 향하는 장타성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이를 넘어지면서 잡는 명품 캐치를 선보였다. 이후 4-4로 맞선 8회 1사 후에는 한승택의 잘 맞은 타구를 중앙 담장 워닝트랙에서 다시 넘어지면서 잡았다. 이우성과 한승택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6회 라울 알칸타라와 8회 정철원은 동료의 호수비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오늘 안타를 못 쳤는데 대신 수비에서 더 집중했고 좋은 캐치가 나왔다. 안타도 중요하지만 이런 수비 하나가 팀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내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늘 수비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한다. 수비상 또한 받고 싶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이날 잠실구장은 13일 KIA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만원사례(2만3750명)를 기록했다. 정수빈은 “만원 관중일 때 조금 더 집중력이 생긴다. 팬들이 많이 와주셨기 때문에 재미있는 경기,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드리려고 한다. 관중이 많을 때가 더 집중이 잘 된다”라고 설명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정수빈은 지난 2021년 6년 56억 원 FA 계약 후 2년 연속 부진에 시달렸다.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날씨가 선선해지면 역할을 해냈지만 봄, 여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2021시즌과 2022시즌 모두 타율이 2할5푼9리에 그쳤다. 8월까지 타율 2할대 초반의 슬럼프를 겪다가 9, 10월 활약으로 이를 중반까지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계약 3년차인 올해는 다르다. 눈에 띌 정도의 기록은 아니지만 34경기 타율 2할6푼4리 8도루 15득점 OPS .727의 무난한 성적으로 주전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타격이 살아나면서 트레이드마크인 호수비 또한 횟수가 증가했다.
정수빈은 “최근 2년 동안 초반에 너무 못해서 이미지가 안 좋았다”라고 되돌아보며 “2년 동안 안 좋았던 부분을 복기하면서 올해는 캠프 때부터 초반부터 열심히 하려고 했다. 시즌 초반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매 타석마다 열심히 뛰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정수빈의 호수비에 힘입어 KIA를 꺾고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이승엽호 출범 후 첫 싹쓸이. 수비 실책을 줄이고 잇따른 명품 호수비를 선보이니 승리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허슬두 선봉장인 정수빈은 “최근 수비에서 잔실수가 많았는데 두산은 수비를 잘하는 팀이다”라며 “이번 3연전을 통해 후배들이 수비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 같다. 후배들이 더 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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