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은 마치 주전 같이 펄펄 날았고, 승부처 허를 찌르는 작전이 상대를 교란시켰다. 두산 이승엽호가 허슬두 부활과 함께 기념비적인 첫 시리즈 스윕을 해냈다.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시즌 6번째 맞대결. 주중 롯데 3연전 2연패로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던 두산은 12일과 13일 KIA를 만나 김동주, 최승용 두 영건의 호투에 힘입어 5할 승률(16승 1무 16패)을 회복했다. 그리고 이날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앞세워 이승엽 감독 부임 후 첫 시리즈 스윕에 도전했다. 두산의 시즌 최다 연승은 3연승으로, 그 동안 스윕, 연승 키워드와는 거리가 먼 야구를 했다.
2회 무사 2, 3루, 3회 무사 1, 2루 찬스가 무산됐지만 4회 백업 선수들로 구성된 하위타선이 마치 주전과 같은 결정력으로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2사 후 송승환과 조수행이 연속안타로 1, 3루 밥상을 차린 뒤 포스트 김재호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찬이 3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좌전 적시타를 치며 0의 균형을 깼다.
1-0으로 앞선 6회에는 과거 두산 왕조의 세밀한 작전야구가 부활했다. 선두 허경민이 중전안타, 김민혁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상황. 이어 송승환이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조수행이 상대 허를 찌르는 스퀴즈번트로 격차를 벌렸다. 당황한 포수 한승택이 포구 이후 미처 송구하지 못하며 조수행 본인까지 1루에서 살았다.
두산은 정수빈의 야수선택으로 2사 1, 3루가 계속된 가운데 박계범의 1타점 내야안타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2사 상황임에도 박계범이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고, 타구가 2루수 앞 절묘한 곳으로 향하며 내야안타가 됐다. 2루수 김선빈이 타구를 힘겹게 잡은 뒤 1루에 토스했지만 포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동시에 박계범은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첫 스윕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4-0으로 리드한 7회 김강률이 볼넷과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를 자초한 뒤 김선빈에 1타점 내야땅볼을 내줬고, 이어 바뀐 투수 이병헌이 최형우에게 뼈아픈 동점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4-4 경기 리셋.
두산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8회 선두 이유찬이 볼넷, 정수빈이 3루수 송구 실책으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이어 3안타의 주인공 박계범이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장식했고, 주춤했던 양의지가 좌월 투런포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강승호의 볼넷과 전민재의 안타로 맞이한 찬스에서 양찬열의 1타점 적시타로 더욱 달아났다.
두산은 KIA를 8-4로 꺾고 3연승과 함께 이승엽호 출범 이후 첫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허를 찌르는 작전야구와 탄탄한 수비, 그리고 백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과거 허슬두, 화수분야구 등 두산 왕조를 대표하던 키워드를 다시 부활시킨 사흘이었다. 이날 또한 백업 박계범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공격을 이끈 가운데 조수행, 이유찬이 멀티히트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경기 내내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자칫 상대에게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순간 호수비와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나왔다”라고 기쁨의 첫 스윕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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